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출산‧육아지원 정책이 해외 주요국보다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육아휴직의 경우 한국은 부모가 각각 52주를 쓸 수 있어 지난해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 개 나라 중 여성은 여덟 번째, 남성은 첫 번째로 길다. OECD 국가 평균은 여성 32.3주, 남성 8.1주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녀가 초등 2학년인 만 8세 때까지 유급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 역시 벨기에(만 12세)를 빼고는 가장 길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일본과 네덜란드(만 1세), 독일(만 2세), 노르웨이와 프랑스(만 3세) 등 주요 국가들의 유급 육아휴직 신청 기간은 대부분 만 3세를 넘지 않는다. 강민정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만 보면 우리나라 육아지원책은 다른 나라에 비해 뒤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용률이 낮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을 위한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출생아 100명당 유급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여성 21.4명, 남성 1.3명에 그쳤다. 관련 통계가 비교 가능한 OECD 19개 나라 중 최하위다. 최상위권 스웨덴은 여성 380명, 남성 314.1명이 육아휴직을 썼고, OECD 평균 역시 여성 118.2명, 남성 43.4명이었다. 아이 1명에 대해 육아휴직을 여러 번 나눠 쓴 경우를 포함해 한국과 다른 나라와 격차는 크다.
육아지원 정책이 좋아질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통계청의 '2021년 육아휴직 통계'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자 중 여성이 75.9%로 남성의 세 배가 넘었다. 육아휴직한 여성의 62.4%, 남성의 71%는 300인 이상 대기업 소속인 반면 50인 미만 사업장 직원은 남성 13.7%, 여성 22.9%에 그쳤다. 사업체 규모별 휴직자 비율은 2010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 가입률이 높은 대기업 정규직을 중심으로 육아지원 정책의 혜택이 몰리다 보니 소외된 이들의 박탈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근로자 보육지원책 재원의 상당 부분이 고용보험에서 지급되는데 이 비용을 더 상황이 열악한 일자리의 근로자들이 내고 있어 지원을 늘릴수록 반발이 크다는 설명이다.
강민정 연구위원은 "이제까지 정부는 출산‧육아지원 제도의 사용률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며 "고용보험 가입자 중에서도 혜택을 못 받는 제도 내 사각지대, 특수고용직‧자영업자 같은 고용보험조차 가입하지 못하는 제도 밖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