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과 방사선 치료 후 림프부종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림프부종은 온몸의 말단부부터 중심부까지 림프액을 옮기는 림프계 손상으로 발생한다. 림프액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팔다리에 극심한 부종이 생기는데, 심하면 팔다리가 코끼리처럼 퉁퉁 부어 오른다.
림프부종이 발생하는 원인은 선천성일 때도 있지만 주로 유방암이나 난소암, 자궁경부암 등의 여성 암 수술 후에 발생한다. 그래서 림프부종 환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간혹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남성에게서 림프부종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방암으로 진단되면 암 수술과 함께 림프절을 절제할 때가 많다.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되기 쉽기 때문이다. 림프절을 절제하면 팔에서 올라온 림프액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팔이 붓는다.
마찬가지로 난소암이나 자궁암 수술 시 골반 벽 주위의 림프절을 많이 절제하면 다리가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림프부종이 발생하면 초기 6개월 정도는 림프 마사지ㆍ압박 스타킹ㆍ붕대를 이용한 물리 치료를 받는다. 50% 이상이 물리 치료만으로 증상이 호전된다.
림프부종이 지속되면 세균 감염으로 팔다리가 빨갛게 붓고 열이 나는 봉와직염이 쉽게 발생한다. 봉와직염이 발생하면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주 재발하면 원인을 제대로 치료해야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예방할 수 있다.
물리 치료를 6개월 이상 받아도 효과가 없을 때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림프부종이 발생한 지 1년 미만인 초기 환자는 ‘림프 정맥 문합술(吻合術ㆍ연결술)’로 좋은 예후(치료 경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덕우 고려대 안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림프 정맥 문합술은 팔다리를 지나는 림프관을 정맥과 연결해 막혀 있는 림프액이 정맥을 통해 빠져나가도록 유도하는 치료법”이라며 “0.3㎜의 림프관을 연결하는 작업은 초고난도 기술이므로 반드시 미세 수술에 특화된 전문의가 시행하는 게 안전하다”고 했다.
림프부종이 1년 이상 진행되거나 증상이 심하면 림프관 자체가 파괴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때는 림프관과 정맥을 연결해도 정맥에서 림프액을 역류시키는 현상이 생기므로 림프절 이식술을 고려한다.
김덕우 교수는 “다리에 림프부종이 심한 환자는 주로 겨드랑이 림프절을 채취해서 허벅지 안쪽에 이식하고, 팔에 림프부종이 심한 환자는 서혜부에서 림프절을 채취해 겨드랑이에 이식한다”며 “이때 림프절만 채취하는 게 아니라 림프절에 연결된 혈관을 같이 채취해 이식할 부위 혈관에 연결해주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림프절 이식술도 수술 현미경을 이용해 매우 작은 수술 바늘로 봉합하는 고난도의 수술이며 평균 6시간 정도 걸릴 만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수술이다. 림프 정맥 문합술보다 회복 시간은 더 걸리지만, 림프부종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도 시행할 수 있다.
림프절 이식술로도 효과를 보기 어려울 만큼 병이 진행됐다면 림프절 이식술과 함께 지방 흡입술이나 피부 절제술을 병행하기도 한다. 비대해진 팔다리를 지방 흡입으로 줄여주거나 늘어진 피부를 절제하고 봉합하는 방법이다.
김덕우 교수는 “이전에는 림프부종을 고치지 못하는 병으로 여겨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의료 기술이 발달해 수술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며 “다만 림프부종은 100% 완치가 어려워 수술 후에도 림프 마사지ㆍ압박 치료ㆍ운동 요법 등 꾸준한 관리로 부종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