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모자란 집주인에게 대출 상한 규제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이 내달 시행된다. 현재 1.6%인 정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공식 전망치는 약간 내려갈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조금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늦어도 7월 중에는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출 허용 폭은 신규 전세금과의 차액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는 “한정된 부분에 관한 자금을 융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일반대출에 대한 DSR 규제는 완화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새로 전세를 들어오는 분이 불안하지 않도록, 전세 나갈 때 걱정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까지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DSR 규제 완화는 고육책이다. 정부의 핵심 가계빚 감축 수단이 DSR 규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현행 DSR 규제는 총 대출액이 1억 원을 넘으면 원칙적으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제2금융권 5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각했던 작년 하반기에도 DSR만큼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게 추 부총리의 확고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급처방이 불가피한 게 최근 ‘역전세난’ 상황이다. 1년 넘게 전셋값 하락이 이어지며 이미 전체 절반이 넘는 전세 가구가 역전세 곤경에 처했고, 앞으로 규모가 더 커질 공산이 큰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추 부총리가 최후 보루의 예외를, 그것도 서둘러 추진하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최근 국내외 기관들 예상대로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 전망이 약간 어두워졌음은 추 부총리도 인정했다. 그는 “정부가 올 성장률 전망을 1.6%로 제시했지만 6월 말이나 7월 초 새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할 때 그간 여러 상황 변화나 각종 데이터, 연구기관 견해를 종합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1.6% 전망을 소폭 하향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의 올해 성장 전망치 하향 가능성 언급은 처음이다.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1.5%로, 한국은행은 1.4%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시기는 7월 초가 유력하다.
다만 추 부총리가 ‘상저하고(상반기에 저조하다 하반기 회복)’ 입장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모두발언에서 “우리 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국내외 유수 전문기관들에 따르면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밝힌 데 이어, 문답에서도 물가ㆍ고용 지표는 지금도 양호한 편이라 평가하며 경상수지도 곧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낙관했다. “터널의 끝이 멀지 않았다”고도 했다.
경기 부양보다는 물가 안정이 아직 먼저라며 우선순위를 거듭 확인하기도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에 2% 후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면서다. 현재 중단된 상태인 한일 통화스와프 관련해서는 “29, 30일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예정돼 있다”며 “최선을 다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내달 공개되는 올해 정부 세제 개편안에 대해서는 상속세ㆍ법인세, 부동산 세제 모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