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독일에서 12일(현지시간)부터 23일까지 방공 훈련을 실시한다. 25개국이 참여하는 나토 역사상 최대 규모 훈련이다. 당초 이번 방공 훈련 계획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 4년을 맞은 2018년 수립됐으나,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고, 그 여파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효용이 더 커지게 됐다. 이에 더해 일부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병할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셈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독일 도이체벨레 방송 등에 따르면, 잉고 게르하르츠 독일 연방공군 참모총장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방공 훈련을 통해 방위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적어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엔 나토 동맹 차원의 방위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게 명확해졌고, 따라서 이번 훈련은 중요한 신호"라고 덧붙였다.
나토 방공 훈련은 가상의 적이 공격하는 상황을 상정해 전개될 예정이다. '동부연합군'이 독일 발트해 연안 로스토크항을 공격하면, 동맹국들이 나토 조약 제5조를 발동한다는 시나리오다. 해당 조항은 '특정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군사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훈련엔 B-1 전략폭격기, F-35 스텔스기, 장거리 드론(무인기) 등이 총출동한다. 병력은 1만 명이 배치된다. 나토 회원국이 아닌 일본도 훈련에 참가한다. WSJ는 "연합군은 한국, 일본과 같은 파트너를 더 잘 보호하기 위한 배치를 보여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로 독일 영공에서 진행되는 훈련은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루마니아 등에서도 전개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에 수립된 계획이지만, 연합군은 현재 전쟁 상황을 충실하게 반영해 훈련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에이미 굿맨 주독 미국대사는 이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인상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동쪽 끝에서 실시하는 군사 훈련만으로도 러시아에 보내는 '암묵적 경고'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얘기다.
나토 안팎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또 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은 다음 달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날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더 크게 관여하고, 다른 발트해 국가들이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엔 지상군 파병 가능성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나토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영국 가디언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의 지름길을 보장받는다고 해서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경고"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