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하수처리장서 필로폰 최다 검출...항만·대도시 지역에서 많이 나왔다

입력
2023.06.08 16:20
항만·대도시에서 필로폰 추정량 많아
단일 처리장은 '시화처리장' 검출 압도적
지역별로 최다 검출 마약류 달라

전국 34개 공공 하수처리장의 하수에서 3년 연속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 검출됐다. 특히 인천 경기 경남 부산 등 항만·대도시 지역에서 검출량이 많았다. 마약 성분이 자연적으로 합성되는 것은 불가능해 투약자의 소변 등이 하수에 섞여 들었다는 뜻이다. 누가 투약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전국적으로 마약이 퍼졌다는 방증이다.

모든 지역 추정 사용량 3년 연속 1위, 필로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년간 진행한 '하수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 행태' 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전국 17개 시도 하수처리장의 검출량을 토대로 분석한 필로폰, 암페타민, MDMA(엑스터시), 코카인, LSD 등 불법 마약류 7종 가운데 사용 추정량이 가장 많은 것은 필로폰이다.

필로폰은 매년 조사가 이뤄진 전국의 하수처리장 34곳에서 3년 연속 검출됐다. 인구 1,000명당 일평균 사용 추정량도 필로폰은 21.80㎎으로 암페타민(4.22㎎), 엑스터시(2.09㎎), 코카인(0.45㎎), LSD(0.02㎎) 등 다른 마약류를 압도했다.

처리장별로는 경기 시화하수처리장의 3년간 일평균 사용 추정량이 142.70㎎으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인 인천 남항처리장(71.11㎎)은 시화처리장의 절반 수준이었다.

필로폰은 일평균 사용 추정량이 2020년 24.16㎎에서 지난해 18.07㎎으로 줄어드는 추세인데 엑스터시는 1.71㎎에서 2.58㎎으로 증가했다. 엑스터시가 검출된 하수처리장도 같은 기간 19개에서 27개로 늘었다.

사용 추정량은 △강우량 △하수에 폐기된 마약류 양 △허가된 마약류 의약품 배출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에 한계가 있지만, 호주와 유럽연합(EU) 등도 활용하고 있는 하수역학의 조사기법이다. 식약처는 분석 결과를 국내 수사기관에 제공할 예정이다.

필로폰 인천, 엑스터시 전남, 코카인 대구서 추정량 많아

지역에 따라 많이 검출되는 마약류에는 차이가 있었다. 지난 3년간 필로폰은 인천에서 일평균 사용 추정량이 50.8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31.52㎎) 경남(30.47㎎) 부산(27.50㎎) 서울(15.71㎎) 대구(14.81㎎) 순이다.

식약처는 항만과 대도시 지역에서 필로폰이 상대적으로 다량 검출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통상 항만은 유통 경로, 대도시는 불법 마약류 사용이 많은 곳으로 인식된다. 해외에서는 항만에서 마약 거래가 많아 검출량도 많다는 연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는 "하수역학은 결과에 대한 분석일 뿐 마약 검출량이 많은 이유를 파악할 순 없다"고 했다.

인천은 필로폰 사용 추정량이 최다이지만 엑스터시(2.02㎎)는 전국 평균(2.09㎎)을 밑돌았고 암페타민(0.04㎎) 코카인(0.09㎎) 검출량도 미미했다. 암페타민은 충북(47.48㎎)과 광주(37.09㎎), 엑스터시는 전남(3.88㎎)과 경기(3.62㎎), 코카인은 대구(2.98㎎)와 서울(2.43㎎)에서 사용 추정량이 많았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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