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뭘 혁신해야 하는지 모르는 민주당

입력
2023.06.08 19:00
33면

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아홉 시간 만에 종결된 이래경 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논란은 그 자체로 민주당 지도부가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 전 위원장 임명 직후 '천안함 자폭', '대선 조작' 등 그의 비상식적 발언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표는 "정확한 내용을 몰랐다"고 발뺌했다. 그의 말대로 당 지도부가 이 전 위원장의 발언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에 게시된 수많은 글의 전반적인 레퍼런스(reference)를 몰랐을 리는 없다. 최소한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는 알고 임명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 전 위원장의 생각은 민주당 진영에서도 극단적인 축에 속한다. 그런 그를 왜 민주당은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던 걸까? 아마 그게 혁신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선명한 인물을 중심으로 온 당이 똘똘 뭉치는 것, 그렇게 '강한 야당'이 되어 정부 여당에 맞서는 것. 민주당이 생각하는 혁신의 방향이 이것이라면 그들의 혁신은 요원하기만 하다.

얼마 전 민주당 원외 청년 정치인들이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코인' 사태를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강성 당원들을 중심으로 "왜 내부총질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민주당에서는 조국 사태 이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내부 비판을 경계하고 억누르려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하나의 대오를 강조하며 검찰과, 또는 윤석열 정부와 싸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그렇게 당을 단속해서 어떻게 되었나? 정권은 5년 만에 내어줬고 상대의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잘 싸우지 못해서가 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만 계속해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걸 민주당만 모르고 있다.

진짜 문제는 반대에 집착하다 보니 민주화 이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2000년대에 국가균형발전, 양극화 해소 등 국가적 비전을 제시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다른 정당이 되었다. 특히 2019년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는 완전히 검찰개혁 이슈에 매몰되면서 문재인 정부 초 추진했던 비정규직 처우 개선, 소득격차 해소 등의 어젠다도 상실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에 대한 그런 불만이 있기에 성장한 인물이었다. 그가 대장동 의혹과 욕설 파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던 건 단체장 시절 성과와 실용주의자적 면모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대선 패배 이후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며 사라져 버렸다. 연고도 없는 지역에 무리하게 출마했고 당헌·당규를 성급히 바꿨으며 이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대외적으로 더욱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정당이 반대만 하는 야당 기질을 버리지 못하면 집권 세력이 되었을 때도 그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180석 거대 여당을 갖고도 어찌할 줄 몰라 이미 끝난 전 정부나 자신들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싸운 지난 정부가 딱 그랬다. 반대만 하는 정당, 정작 권한을 줬을 땐 아무것도 못 했던 정당. 지금 민주당이 떨쳐내야 하는 건 이러한 국민의 우려와 불신이지 내부총질 같은 게 아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그 유명한 '곶감 항아리' 토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국민을 행복하게 해드리지 못해서 당 지지율이 떨어졌는데 반성해서 다시 사랑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세력 통합으로 덩치를 키우면 다시 한나라당에 맞설 수 있지 않느냐' 이런 식의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은 어느 정당이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좋은 정책을 내고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일하기를 바란다." 오늘날 민주당에서 이런 문제의식이 좀처럼 제기되지 않는다는 건, 그들의 수준이 16년 전 그 혼란스러웠던 대통합민주신당만도 못하다는 뜻일 거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