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기업 맞춤형 인공지능(AI) 서비스로 글로벌 기업과 한판 승부에 나선다. 오픈AI의 챗GPT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바드가 앞다퉈 한국어 서비스를 내놓으며 한국 사로잡기에 공을 들이자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줄 수 있는 AI 서비스로 차별화에 나섰다.
KT는 하반기 초거대 AI 서비스 '믿음'을 내놓는다.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사고 체계와 가장 비슷한 결론을 내리는 기술이 핵심이다. 챗GPT가 채택한 생성형AI 모델은 비교학습 중심이기 때문에 두 기술은 비슷하면서도 접근 방식이 다르다. 회사는 믿음을 기업용 서비스(B2B) 중심으로 구성했다.
장두성 KT 융합기술원 상무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특정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와 믿음 AI 기술을 결합했다"며 "이를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챗GPT나 바드의 경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포괄적이고 두루뭉술하게 답할 수밖에 없지만 특정 기업 맞춤형 데이터를 공부한 믿음은 그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반도체 기업과 의류 기업이 똑같이 '시장 상황을 분석해 줘'라는 명령을 입력하면 각 기업의 상황에 맞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단 설명이다.
회사의 또 다른 강점은 '풀스택'을 갖췄다는 점이다. 풀스택이란 특정 서비스에 대한 기초 단위 인프라부터 실제 서비스까지 하나의 기업이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KT는 초거대 AI 서비스에 쓰이는 큰 용량의 데이터 처리를 위해 클라우드 인프라와 AI반도체를 함께 만들고 있다. 여기에 음성인식 서비스 기가지니와 AI콜센터 서비스까지 상품도 갖췄다. 그만큼 외부 접촉이 줄기 때문에 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에도 유리하다는 게 회사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장 담당은 "초거대 AI 풀스택 경쟁력을 확보함에 따라 기반 시절 자체가 부족한 동남아 지역에도 서비스를 수출할 수 있다"면서 "여러 국가의 업체들과 풀스택 형태로 초거대 AI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AI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부 지원 정책도 중요하다. ①인재육성과 ②AI학습을 위한 저작권 문제 해결 ③네거티브 방식 규제 도입이 핵심 과제다. 장 담당은 "AI 개발을 위한 핵심 인력은 부족하다"면서 "기업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KT는 자체적으로 AI 인재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양대, 포스텍(포항공대), KAIST(카이스트) 등과 협업해 AI 석사 과정을 운영 중이다. 올해 말부터 5년 동안 총 150여 명의 전문인력 배출이 목표다.
저작권 문제는 AI학습에 쓰이는 기사나 소설, 문학 작품을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 수준을 낮추거나 정부가 직접 저작권을 구입해 제공해 달라는 요구다. 네거티브 방식 규제는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을 내놓을 경우 안 하기로 정한 것만 빼놓고 모두 허용해 성장 문턱을 낮춰 달란 제안이다.
오픈AI와 MS의 한국 공들이기에 대해선 단순히 AI 시장 확보 이상의 의미를 언급했다. 챗GPT는 응용소프트웨어(앱) 서비스를 내놓은 12개 국가에 한국을 포함시켰고, 바드는 영어 다음으로 내놓은 언어 서비스가 한국어였다. 장 담당은 두 회사 모두 국내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와 다음의 영향력을 밀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AI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보면서 "AI가 관리하는 데이터와 개인 정보를 외국 기업이 장악해 버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