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명의를 빌려 불법 개설한 의료기관(일명 사무장병원)들이 그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빼 간 요양급여는 2조 원이 넘는다.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주범이지만 적발해도 회수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누적 징수율은 고작 6%대에 그친다.
7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3월까지 요양급여비용 환수 결정이 내려진 의료기관은 1,478개이고 환수 결정액은 총 2조6,209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현재 징수가 완료된 금액은 1,761억 원으로, 징수율은 6.72%에 불과하다.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무려 2조4,448억 원에 달한다. 개설 주체별로는 의료법인에서 미징수한 금액이 9,384억 원으로 가장 많고, 개인 병원이 7,402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사무장병원은 개설 자체가 불법이라 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만약 청구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급됐다면 환수해야 하지만 공단은 자체 수사권이 없어 수사기관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돼 행정조사에 착수해도 계좌 추적이나 재산 압류 등이 불가능한데, 주요 사건의 경우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린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그전에 재산을 빼돌리면 환수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미징수 금액이 해마다 누적돼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사무장병원의 목적 자체가 돈을 벌기 위한 것인 만큼 수익 극대화를 위해 과잉 진료나 허위 진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문제다.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것은 물론 환자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 김준래 변호사는 "진료를 더하면 수입이 늘어나니 사무장병원은 일반 의료기관보다 과잉 진료, 허위 진료를 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사무장병원 관련 재범과 누범이 꽤 많은 것으로 확인되는데, 처벌을 받더라도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다시 발을 붙이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도 사무장병원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점을 우려했다. 반복적으로 사무장병원을 운영해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Y씨에 대해 2015년 1심에서 징역 3년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은 "의료기관 불법 개설은 건전한 의료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 건강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사회적 위험성이 클 뿐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의 재정건전성을 해하기 때문에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