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서가 아니라' 수학책이랑 안 노는 이유

입력
2023.06.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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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 동시선집 '2023여름 우리나라 좋은 동시'

"엄마, 수학책은 첫날부터 나한테 막 까불어. // 국어책은 "읽어 봅시다"라고 하고 / 사회책은 "알아봅시다"라고 하고 / 과학책은 “살펴봅시다"라고 하는데 / 수학책은 “수를 써넣으시오"라고 막 명령해. // 기분 나쁘게 말해서 수학책이랑 안 놀 거야."

고지운의 동시 '교과서 받은 날'을 읽고 피식 웃었다. 수학 문제를 보며 명령하는 게 기분 나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나 되돌아본다. 혹여 수학을 멀리하는 이유가 결코 어려워서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어 한 말이라도, 그렇게 믿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동심이 느껴진다.

열림원어린이가 엮은 '2023여름 우리나라 좋은 동시'에는 이처럼 참신한 발상을 담은 동시 40편이 수록됐다. 여러 문예지(2021년 겨울호~2022년 가을호)에서 최근 발표된 작품 가운데 다양성, 참신성, 교육성 등을 고려해 선정한 동시들로, 아이의 첫 동시집으로도 읽어 볼 만하다. 아이다운 상상력을 접하며 주변 사물과 현상을 꾸준히 관찰하는 힘을 동시를 읽으며 키울 수 있다.

경험을 새로운 관점에서 표현한 동시에는 온기가 가득하다. 휠체어에 탄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달에 비유한 조영수의 '보름달 사람'도 그렇다. "지하철 안 / 사람들로 빼곡한데 // 한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 문 앞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 누군가 / 초승달만 한 틈을 만들자 / 보름달처럼 자란다 // 둥글고 환한 자리 / 휠체어를 탄 사람이 들어선다 / 보름달 속의 한 사람이다."

동시 내용을 잘 표현한 삽화 덕분에 어린이 혼자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일러스트레이터 서누가 간단명료하게 주제를 보여주면서도 따뜻한 그림을 그렸다.

진달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