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는 더이상 '유행'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연이어 나오고 임영웅 김호중 송가인 등 인기 가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극장가를 찾으면서 이 장르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어린이 트로트 가수들의 활약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은 트로트 열풍을 이끌었다. '트롯 전국체전' '보이스트롯' '불타는 트롯맨'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이 열풍에 힘을 더했다.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던 많은 가수들이 그 과정에서 능력을 드러내 빛을 발하게 됐다. 임영웅은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로 MBC '쇼! 음악중심'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14년 만의 트로트 가수 음악 방송 1위'라는 기록까지 썼다. 임영웅 이전에는 강진이 2007년 히트곡 '땡벌'로 KBS2 '뮤직뱅크' 1위를 차지했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은 가수들은 성인뿐만이 아니다. 많은 어린 가수들이 정신적, 체력적으로 견디기 힘든 경쟁의 연속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중 한 명은 정동원이다. 정동원은 '미스터트롯'에서 최종 5위를 차지했는데 당시 그는 한국 나이로 14세였다. 이후 정동원과 전속계약을 체결한 쇼플레이 측은 "이제 중학생이 된 만큼 학업과 노래, 악기, 작곡, 프로듀싱, 연기 등의 교육을 병행하여 장기적으로 대형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과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실용음악과 15기로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학생과 가수의 생활을 병행 중이다.
정동원의 성공은 어린 트로트 가수에 대한 수요를 증명했다. '미스터트롯' 후 방송된 '미스트롯2'에서는 초등부가 신설됐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초등부 2009년생 김다현이 최종 3위를, 2012년생 김태연이 최종 4위를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세 사람은 모두 방송, 무대 등을 통해 활약을 이어가는 중이다. 아이돌은 발라드, 록, 힙합 등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는 가수들에 비해 평균 나이가 낮은 편인데 '5세대 최연소 보이그룹'으로 불리는 더윈드조차 2004~2008년생이다. 더윈드 막내가 한국 나이로 16세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요계에서 일부 트로트 가수들이 나이에 비해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정동원 김다현 김태연 외에도 2011년생 임서원, '미스터트롯2'의 2013년생 동갑내기 황민호 서지유 조승원 등이 꾸준히 활약 중이다.
시청자들은 구수한 흥, 혹은 한이 담겨 있는 어른의 장르로 여겨지던 트로트를 부르는 아이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가사에 담긴 삶의 깊이를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을지라도 어린이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노래를 재해석해 새로운 감동을 전했다. 정동원과 관련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린데 어찌 그리 절절히 부르던지" "아들하고 동갑인데 저 아이는 내 심금을 울린다" 등의 글이 게재됐다. 무대 위에서 어른의 장르 트로트를 소화하다 내려오면 또래 아이들 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반전 매력 또한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정동원은 각종 방송에서 자신에게 찾아온 사춘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다현은 JTBC '아는 형님'을 찾았을 때 "('미스트롯2'에서) 미가 된 후 아버지가 축하 선물로 옷 입히기 인형을 사줬다. 나이가 6학년이니 최신 휴대폰 같은 걸 원하지 않나. 실망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어른스럽지만 동시에 풋풋함을 지니고 있는 어린 가수들의 모습은 트로트 마니아들을 열광시켰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트로트 오디션 출신 어린이들을 고정 출연자로 내세운 방송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최종 순위권에 들지 못하더라도 시청자들을 다시 만날 기회가 주어졌다. '미스트롯2' 초등부 7공주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트롯2 7공주 스페셜', '미스터트롯2'에서 꼬마 트롯 히어로즈로 활약한 황민호 서지유 조승원이 활약 중인 음악 여행 예능 '귀염뽕짝 원정대', 김태연 임서원 김다현 등이 출연자로 이름을 올린 퀴즈쇼 '개나리학당' 등이 대중에게 웃음을 안겼다. 트로트 오디션은 어린이 가수들을 발굴했고 이후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인기가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왔다. 어린 트롯맨, 트롯우먼들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면서 아이들에게는 다른 오디션 예능보다 트로트 프로그램들이 더욱 제대로 된 스타 등용문 역할을 해주게 됐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양날의 검이다. 어린 스타들이 너무 일찍 뜬 탓에 또 다른 적성을 찾을 기회를 놓칠 수 있고 성인들조차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악플 앞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대중에게 선보이는 과정에서 제작진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미래의 트로트 스타들을 일찍이 조명하고 이들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한국 가요의 미래가 더욱 밝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어린 트롯맨, 트롯우먼들은 한국 트로트의 미래를 만들어갈 전망이다. 가수 진성 또한 '귀염뽕짝 원정대'의 제작발표회를 찾았을 때 "K팝이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다음 차례는 K트로트다. 그 주역이 어린 친구들"이라고 말하며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