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교육 예산 282억 샜다.... '그린스마트' 내걸고 쌈짓돈 운용

입력
2023.06.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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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 점검 결과 발표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예산으로 뮤지컬 관람
남북교육교류협력기금 위법 수의계약 사례도"
민간단체 보조금 이어 정부 교부금 겨냥 칼날

서울의 A 중학교는 낡은 학교를 미래형 학교로 개축하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전환' 사업 운영비 700만 원을 교직원 뮤지컬 관람에 썼다. 충남 B 초등학교 교직원은 해당사업 운영비 400만 원을 전용해 뮤지컬을 봤다. 경기 C 고등학교는 교직원 바리스타 자격취득 연수에 220만 원을 사용했다. 경남 D 고등학교는 290만 원 상당 음파전동칫솔, 인천 E 고등학교는 21만 원어치 야식 치킨을 샀다.

F 교육청은 2021·2022년 북한에 인도적 물품 반출이라며 남북교육교류협력기금으로 한 단체와 17억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지방계약법 시행령상 수의계약을 체결할 자격이 없는 곳으로 드러났다. 북측에서 받은 공급확인서는 작성자 서명 등이 없어 북한에 실제 물품이 전달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물품 반출에 사용한 컨테이너는 장기대여를 구매로 둔갑시켜 비용 부풀리기로 허위 정산했다.

국무조정실이 6일 공개한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대한 지방교육재정 운영실태 점검 결과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총 97건, 282억 원의 위법·부당한 예산집행 사례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5월까지 8개월간 2020~2022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투입된 주요 예산사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교육시설환경 개선사업이 적발 건수가 가장 많았다. 문제 사례만 45건, 예산규모로는 33억 원에 달한다. 특히 교직원 관사 건설용역 공사대금을 지급할 때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임에도 부가세를 포함시켜 집행하거나 비용을 과다 산정하면서 교부금 약 30억 원이 낭비됐다는 게 추진단의 판단이다.

사업비·물품계약 및 관리 부적정 사례도 23건(7억 원) 적발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한국판 뉴딜사업' 중 하나로, 최근 5년간 20조3,000억 원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그린스마트미래학교전환 사업 운영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지출한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재정집행 효율화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예산 집행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집행되지 않은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 계속비 일반예산을 이월하지 않고 기금에 적립했다가 일부를 다음 해 일반예산에 다시 편성하는 편법 운용 사례도 2건(인센티브 225억 원 지급) 있었다.

남북교육교류협력기금과 관련해선 법령을 위반한 계약을 맺거나, 적립액 대비 집행실적이 6.8%로 극히 저조한데도 기금 적립을 이어온 사례 등이 지적을 받았다. 해당 기금이 설치된 8개 교육청의 최근 3년간 집행률은 적립금 122억 원 가운데 44억 원을 집행해 36.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교부금 문제 외에 학교시설 안전관리 부적정 사례 24건도 함께 적발됐다. 공사 착공 전 안전성 평가를 실시하지 않거나 학생, 지역 주민 등에 개방해 활용 중인 폐교에 대해 안전점검을 최장 7년간 실시하지 않은 경우 등이다.

이번 점검 결과 발표는 대통령실이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314억 원 부정 사용 정황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민간단체 보조금에 이어 정부 교부금에도 칼날을 들이대면서, 전임 정부 시절 예산 관리·감독 문제에 대한 정부·여당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이번 점검 결과에 대해 "예산의 편법적 사용, 낭비적 집행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며 "제도개선 방안을 적극 이행하고 점검해 나갈 것이며 관련 부처와 함께 관리·감독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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