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준 스파이’로 악명이 높은 미 연방수사국(FBI) 방첩 요원 출신 로버트 핸슨이 5일(현지시간) 감옥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년 가까이 소련 및 러시아 간첩으로 활동하다가 검거, 2002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방송 등은 이날 “전직 FBI 요원 핸슨이 콜로라도주(州) 플로렌스의 연방 교도소에서 의식이 없는 채 발견됐다”며 “인명 구조 조치에도 깨어나지 않아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사망 원인 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6명의 자녀를 둔 가장인 데다 매일 성당에 다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주변에 알려진 핸슨의 ‘정체’는 미국을 발칵 뒤집었다. 그는 2001년 체포될 때까지 무려 20년간 구소련에 이어 러시아에 ‘라몬 가르시아’라는 가명으로 기밀 정보를 팔았다. 미국의 최신 무기 현황이나 방첩 기밀은 물론 핵전쟁 발발 시 미국의 전략까지 넘겨줬다. 대가로는 140만 달러(약 18억 원) 상당의 현금과 다이아몬드 등을 챙겼다. 정부 관계자들은 당시 “핸슨의 배신으로 미국이 수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평가했다고 NYT는 전했다.
수년간 꼬리를 밟히지 않았던 그의 스파이 행각은 첩보 당국이 또 다른 이중 스파이였던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올드리치 에임스 체포 이후로도 정보가 새 나가고 있다고 깨달으면서 발각됐다. 핸슨은 러시아 요원에게 건넬 정보를 워싱턴DC의 한 공원에 두고 오는 길에 FBI 동료들에게 검거됐다. 그는 이후 진술서에서 영국 스파이 킴 필비에게 영향을 받았다면서 “14살 때 (이중 스파이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핸슨은 미국 교도소 중 가장 보안 등급이 높은 플로렌스 교도소에 갇혀 있었다. 이곳에는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의 범인 조하르 차르나예프와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 폭파사건의 주범 중 한 명인 람지 유세프,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 등이 수감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