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최근 3년간 재정 지원을 받은 민간단체 1만2,000여 곳에 지급된 6조8,000억 원에 대해 감사를 진행한 결과 314억 원의 부정 사용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보조금 부정 사용은 횡령과 사적 사용, 리베이트 수령, 가족 임원 등 내부자 부당 거래, 서류조작, 임의적 수의계약 등 흔히 사용되는 회계 부정 수법이 총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 통일운동 단체는 6,260만 원을 지원받아 211만 원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관한 강사비로 지급했다. 또 이산가족 교류 촉진 사업 명목으로 2,4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은 한 단체는 2,000여만 원을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보다 공익적 목적의 민간단체들은 훨씬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지만, 기업보다 더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곳이 적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5일 감사결과를 보고받고 “보조금 비리에 대한 단죄와 환수 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혈세를 지원받는 민간단체 운영의 투명성 강화는 마땅한 조치이며, 향후 보다 철저한 운영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지난 정부가 5년간 매해 평균 3,555억 원씩 보조금을 증액한 것은 과도하다는 현 정부의 시각에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314억 원 부정 사용을 근거로 내년 지급 예정이던 보조금을 5,000억 원 이상 감축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로 과도하다. 최근 인구 고령화와 사회 복지 확대, 복잡성 증대 등으로 정부나 시장의 손길만으로 모든 영역을 보살피는 게 불가능해지고 있다. 이런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사회적 기업 등 민간단체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물론 민간단체 중에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곳이 적지 않고, 불투명한 운영 행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을 부정 사용한 것을 빌미로 모든 민간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쇠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