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외로움, 고립에 따른 범죄 악순환

입력
2023.06.05 17:33
22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고독사 예방’이 중앙부처는 물론 전국 지자체의 총력대응 과제로 떠오른 지 꽤 됐다. 고독사와 외로움, 고립에 따른 사회적 일탈 등은 따로 떼 내기 어려운 종합행정의 성격을 띠고 있다. 세종시가 ‘외로움전담관’을 시장직속기구로 둔 것도 한 사례다. 많은 지자체가 사회적 고립가구 복지 지원을 위한 1인가구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고독사 위험군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5년간 고독사 현황을 발표한 데 따르면 2017년 2,412명이던 고독사는 2021년 3,378명으로 늘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매년 4배 이상 많은 게 특징이다. 한 복지전문가가 “무너지는 가부장제에 적응 못 한 중년 남성의 성향도 있고, 할머니는 주변과 비교적 잘 소통하지만 할아버지들은 점심메뉴 하나도 합의가 안 돼 혼자 드시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 기억이 떠오른다.

□ 가족해체나 1인가구의 증가는 고독사를 부추긴다. 이 때문에 동네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요구르트 배달원과 우체국 집배원, 미용사, 통장 등이 복지 소외계층을 찾아내 지자체에 연결해주는 지역도 늘고 있다. 일본에선 연간 3만2,000여 명 넘게 ‘무연사(無緣死)’ 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이에 고령자 혼자 사는 집 대문에 흰 수건을 걸어두고 이웃이 인기척을 체크하도록 상부상조하고 있으며, 노인의 말벗이자 위험 알림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보급되고 있다.

□ 1990년대 장기불황으로 취업시기를 놓친 일본 청년들이 집에 틀어박힌 게 히키코모리(운둔형 외톨이)로 연결됐다. 이들이 40~50대 중장년이 돼 사회적 부담으로 존재한다. 고독사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고립된 생활은 사회부적응에 따른 범죄로 나타나기 일쑤다. 엽기살인을 벌인 정유정도 고교 졸업 후 5년간 별다른 직업 없이 집에서 은신했다. 이와 별개로 ‘왕따’로 인한 외톨이 습성이 대중을 향한 묻지마 범죄로 이어진 사례도 흔하다. 학교나 직장에서 약자를 질시하는 왕따야말로 피해자가 공동체에 반드시 복수해 되돌려준다는 악순환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