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전·현직 고위간부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압박 수위를 연일 올리고 있다. 선관위가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자 검찰수사를 의뢰하겠다며 요청서 작성에 착수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5일 "선관위에 '직원 채용 실태 감사를 위해 필요한 자료를 달라'고 공문을 두 차례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며 "한 번 더 공문을 보낸 뒤 불응하면 감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 1, 2일 선관위에 자료 요청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세 번째 공문에도 응답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검찰수사 요청서를 미리 작성하면서 선관위에 사실상 최후 통보에 나선 것이다.
수사요청서는 이르면 9일 검찰에 접수될 전망이다. 이에 선관위원들도 같은 날 회의를 열어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부분적으로 수용할지 등을 두고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회의에서도 감사 불응 방침을 고수한다면 감사원은 수사 요청서를 검찰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감사 거부가 위법이라고 보고 있다. 감사원법 51조에 따르면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반면, 선관위원들은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국가공무원법상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감사원은 이에 "감사원법상 국회, 법원 및 헌법재판소를 제외한 행정기관은 직무 감찰 대상"이라며 자료 요청을 요구해 왔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을 포함한 선관위원 전원은 감사 거부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이들을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