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마젤란펀드를 13년 동안(1977~1990년) 운용하며 2,703%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29.2%의 수익률을 꾸준히 낸 것과 마찬가지인데, 투자자 입장에서 정말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모두가 만족스러운 수익률로 행복했을까요? 안타깝게도 절반 정도는 손실을 보고 나왔다고 합니다. 성공적인 펀드에 투자해 놓고도 왜 많은 사람들이 손실을 보았던 것일까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펀드의 투자성과가 날 때까지 충분히 기다리질 못했기 때문입니다. 투자를 함에 있어 가격의 변동성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변동성을 견디지 못하고 손실 상태에서 투자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한편 근로자 등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연금으로 하는 투자에 관심이 날로 높아져 가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되겠지만 앞선 사례와 같은 개인들의 투자 행태를 보면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주식시장이 상승하던 시기(2020년 3~10월)에도 기존 투자자의 39%가 손실을 기록했고, 신규 투자자는 62%가 손실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주식시장이 조정기를 겪으면서 더욱 힘든 투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안정된 노후자산을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투자해야 하는 퇴직연금,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며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공투자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개인들이 지켜야 할 퇴직연금 투자원칙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금리 기조에서 자산 수익률을 올리려면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를 너무 단기적으로 접근하면 시장의 방향성을 잘못 예측했을 때 실망감에 섣불리 손실을 확정해 버릴 수 있습니다. 투자의 가격 변동성을 감내하면서 장기투자를 전제로 할 때 수익을 얻는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주식시장에서 투자를 하루만 하면 성공 확률은 반반이지만, 1년이 되면 75%, 3년이 지나면 83%, 10년이면 90%대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따라서 10년 이상 장기 투자할 대상을 찾아야 합니다. 퇴직연금의 경우 은퇴하는 시점까지 장기간의 운용기간이 주어져 장기투자에 적합한 기본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한국과 미국의 지수 추이를 살펴보면 단기적으로는 등락을 보이지만 장기 추세는 모두 우상향하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퇴직연금 운용자금을 한국이나 미국증시에 10년 전부터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모두 양호한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장기투자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성과가 좋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성장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선별해 투자하고 충분한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장기투자를 통해 퇴직연금으로 충분한 은퇴자산을 만들 수 있을까요? 30년간 매년 500만 원씩 적립하고, 7%의 운용수익을 낸다고 가정했을 때 대략 4억7,000만 원 정도의 은퇴자산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바로 복리의 마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입니다. 자산을 투자하는 것은 작은 눈덩이를 언덕 아래로 굴리는 모습에 비유해볼 수 있습니다. 언덕은 바로 시간을 의미합니다. 언덕이 길면 길수록 자산이라는 눈덩이는 점점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장기투자를 하되 꾸준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변동성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변동성이 너무 크면 투자손실이 반복되면서 복리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고, 투자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잃게 됩니다. 따라서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때 다양한 자산과 여러 지역에 나누어 투자하는 방법으로 접근하기 바랍니다. 시장이나 경기가 변화할 때 생길 수 있는 개별자산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투자경험이 부족하거나 연금자산 운용에 신경 쓸 여유가 별로 없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런 경우 생애주기에 맞춰 위험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TDF(Target Date Fund)나 유망 기업이나 자산에 골고루 투자하는 ETF(Exchange Traded Fund) 등을 활용하면 보다 쉽게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투자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첫째,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방향성이 다른 자산에 분산해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급락하더라도 채권이나 부동산을 통해 수익률을 방어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비중 조정(Rebalancingㆍ리밸런싱)을 하면 또 다른 투자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둘째, 국내와 해외를 나누어 투자하기 바랍니다. 개별국가의 경기침체, 전쟁과 같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너무 한 국가나 시장에 올인하면 분산투자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투자를 하는 시기도 분산해야 합니다. 동일한 금액으로 매수시점을 다르게 하면 그에 따라 매수가격이 달라지게 됩니다. 가격이 높을 때는 더 적은 물량을 매수하고, 가격이 낮을 때는 더 많이 매수하게 되면 평균매입단가는 낮아지게 됩니다. 이를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라고 하는데요. 특히, 가격이 하락할 때 더 많은 물량을 살 수 있어 손실은 줄이고 수익전환의 시기를 빠르게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저평가 상태로 보인다고 해도 투자대상을 단번에 매수하기보다 3, 4번에 나눠 매수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퇴직연금을 장기적으로 운용하면서 은퇴자산을 충분히 만들고 싶다면 적립금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너무 자주 할 필요는 없지만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 성과를 점검하면서 기회요인을 활용해 수익을 늘리고, 위기요인을 제거하며 손실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투자를 할 때 ‘목표수익률’과 ‘최대손실률’을 미리 정해 놓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투자를 할 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심리적 요인이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대비해 미리 목표를 정해 놓고 수익률 관리의 기준으로 삼는 겁니다. 목표수익률이 도달했다고 무조건 매도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시점에서 향후 성장성 등을 고려하여 좀 더 보유할지 수익을 실현할지 검토하면 됩니다. 최대손실률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손실을 확정 짓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어서 투자를 중단해야 하는지 아니면 기회로 보고 추가 매수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계기로 삼아보는 것입니다. 투자격언 중에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투자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말처럼 쉽지 않음을 느낄 겁니다. 하지만 성공투자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해 성과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기적 점검을 통해 투자의사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재조정하는 것은 변화하는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늘려가는 과정입니다.
투자를 하다 보면 항상 성공하는 투자를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투자원칙을 열심히 지키면서 실천해도 매번 수익을 얻는 투자를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때로는 너무 욕심을 부려서, 때로는 판단을 잘못해서 투자를 실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이유도 다양합니다. 결국 투자 실패 또한 투자를 하는 일련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투자경험을 다양하게 쌓아가되 실패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투자자로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워런 버핏 역시 다양한 투자실패를 경험하며 성과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각각의 투자대상에 대한 성공여부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운용하는 투자 자산 전체를 대상으로 성과관리를 해야 합니다. 그 안에서 잘못된 투자는 고치고, 잘된 투자는 이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분산투자가 필요하고,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한 것입니다.
투자를 하다 보면 누구나 시장의 풍파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투자를 계속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은 투자원칙을 지키는 데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투자로 성공한 사람들이 좋은 수익률과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비법은 바로 투자원칙을 잘 지켰기 때문입니다. 퇴직연금 성공투자를 위해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나에게 맞는 투자원칙과 스타일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연구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