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와 역전세 위험 주택의 절반 이상은 계약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만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태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4일 한국은행이 낸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8.3%(16만3,000호)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1월(2.8%·5만6,000호)의 약 3배다. 한은은 깡통전세를 '월세가 없는 완전 전세 매물 중 최근 6개월 내 매매가격이 기존 전세보증금을 밑도는 경우'로 정의했다.
역전세(최근 6개월 내 전세가격이 기존 전세보증금을 밑도는 경우) 위험가구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같은 기간 25.9%(51만7,000호)에서 52.4%(102만6,000호)로 뛰며 전체 전세매물의 절반을 넘겼기 때문이다. 한은은 "신고된 거래만을 대상으로 추정한 값"이라며 "실제 깡통·역전세 위험가구 규모는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기준 깡통전세 주택의 매매가격은 전세보증금 대비 평균 2,000만 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전세는 전세 시세가 기존 보증금보다 평균 7,000만 원 낮았다.
문제는 깡통전세·역전세 위험 물량의 상당수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계약이 만료된다는 점이다. 깡통전세 중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전세계약이 끝나는 비중은 각각 36.7%, 36.2%다. 역전세는 각각 28.3%, 30.8%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증금 7억 원이 넘는 고가 전세나, 담보대출이 많은 주택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어렵다. 게다가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 세입자가 선순위채권자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 한은은 "보증금 상환 부담을 못 이긴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는다면 매물이 증가해 매매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