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명에 달하는 사상자(최소 275명 사망)를 낳은 인도 열차 충돌 참사 원인은 '신호 시스템 오류'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영국 식민지 시절 건설돼 길게는 16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노후 철도 시스템이 장기간 방치돼 온 결과, 대형 사고에 따른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에도 역시 '인재(人災)'였다는 얘기다.
4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국 CNN방송, 인도 현지 언론 등을 종합하면, 아슈위니 바이슈노 인도 철도부 장관은 이번 열차 사고 원인에 대해 "전자 신호 시스템 오류로 열차가 선로를 잘못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이날 뉴델리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누구의 잘못인지, 오류의 정확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은 추가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프레스트러스트오브인디아' 등 인도 현지 언론들도 "철로 신호 오류가 사고 원인으로 보인다"는 예비 조사 결과를 전했다. 당초 여객열차 '코로만델 익스프레스'에 메인 선로로 진입하라는 신호가 전달됐지만, 이내 신호가 해제되면서 열차 3대의 연쇄 충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인도 오디샤주 발라소레 지역에선 '코로만델 익스프레스'와 화물열차, 또 다른 여객열차 '하우라 슈퍼패스트 익스프레스'가 잇따라 충돌하면서 최소 275명이 사망하고 1,100명 이상이 다치는 참사가 빚어졌다.
인구가 14억 명이 넘는 인도에서 철도는 핵심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인도는 무려 160여 년 전 영국 식민지 시대에 조성되기 시작한 철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국영 인도철도(Indian Railways)가 운영하는 이 시스템은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복잡한 철도로 알려져 있다. 철도 총연장만 4만 마일(약 6만4,000㎞)에 이르는 데다, 여객 열차는 1만4,000대, 기차역은 8,000곳에 달한다.
하지만 전국에 포진한 철도 장비는 장기간 방치돼 왔다. 최근 5년 사이(2017~2021년) 인도의 철도 관련 사망자는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중 발생한 철도 사고(2,017건)의 약 70%가 선로 결함 또는 노후한 신호 장비 등으로 인한 '탈선' 사고라는 게 인도 정부의 공식 집계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도 선로 개선과 혼잡 완화, 신규 열차 도입 등에 올해에만 2조4,000억 루피(약 38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면서 철도 현대화 작업에 착수한 상태였다. 다만 현지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 철도 기계 기술국의 임원을 지낸 스와프닐 가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체 (철도) 시스템이 재조정돼야 한다"며 안전한 선로와 충돌 방지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