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이기는 법을 잊으면서 자신감도 함께 잃었던 최혜진(24)이 2년 7개월 만에 우승 맛을 봤다.
최혜진은 4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오픈(총상금 8억 원) 4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정상에 올랐다.
오랜만에 해소된 우승 갈증이다. 최혜진은 아마추어 때 거둔 2승을 포함해 KLPGA 투어에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10차례 정상에 올랐고, 3년 연속 대상도 받았다. 마지막 우승은 2020년 11월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 대회다.
2022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긴 최혜진은 신인왕 레이스에서 아타야 티티쿨(태국)에게 아쉽게 밀려 2위에 자리했다. 준우승 1번, 3위 3번 등 꾸준히 성적을 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 올해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최고 성적은 공동 13위다.
하지만 최혜진은 국내 무대에서 마침내 '우승 DNA'를 되찾았다. 후원사 주최 대회인 KLPGA 투어 롯데오픈에 초점을 맞추고 지난주 E1 채리티 오픈(공동 7위)에 나가 공동 7위로 시차 등 적응을 마친 최혜진은 이 대회 1라운드를 공동 13위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2라운드에 6언더파를 몰아쳐 단독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고, 3라운드에도 6타를 줄여 중간 합계 15언더파 201타 단독 1위로 도약했다. 2위 정윤지에게 3타 차 앞선 채 마지막 4라운드를 치른 최혜진은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잃었지만 정윤지와 이소영 등 경쟁자들도 타수를 좁히지 못해 계속 선두를 지켰다.
최혜진은 우승 후 "햇수로는 3년 만의 우승이라 기쁘다"며 "무엇보다 스폰서 대회에서 우승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간 우승이 없어 조급했던 마음도 털어놨다. 그는 "지금까지 어려운 코스를 많이 경험하느라 조심스럽게 경기 운영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우승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치지 못하고 스코어를 지키려고만 하다 보니 결과도 안 좋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전환점을 마련했다. 최혜진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예전처럼 스윙을 과감하게 하려고 했다"며 "경기 중에 바람이 불어도 샷 감각을 믿고 쳐보자 했는데 우승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답을 찾았다. 미국에 가서도 과감하게 치겠다. 우승을 계기로 남은 대회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승 맛을 일깨워준 퍼터도 계속 함께한다. 미국에서 쓰던 퍼터 대신 과거 KLPGA 투어에서 우승했을 때 잡았던 퍼터를 이번에 다시 잡았다는 그는 "미국에도 가져가 써야 될 것 같다"며 웃었다.
한편 충북 충주 킹스데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13회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총상금 8억 원)에서는 이재경이 배용준을 7홀 차로 꺾고 통산 3승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