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 지하 1층에 폐지로 만든 토끼 조형물이 등장했다. '지구에 도착한 달토끼'라는 업사이클링 미술 작품에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꾸며져 개성 넘치는 사진을 남기려는 고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밖에도 쇼핑 카트의 앞부분을 터서 만든 이동의자와 폐차의 라이트 모양을 그대로 살린 벤치까지 다양한 작품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백화점 빅3가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대규모 친환경 행사를 마련했다. 특히 체험 콘텐츠와 다양한 혜택으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가치 소비 욕구를 끌어내려는 노력의 흔적이다. 과거 백화점 친환경 사업은 비재무적 성과지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뤄졌지만 지금은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그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①현대백화점은 8일까지 더현대서울에서 진행하는 '업사이클 유니버스'에서 쓰고 버린 종이로 카드지갑을 만들거나 잠수복으로 고래꼬리 키링을 만드는 체험 이벤트를 진행한다. 경기 성남시 판교점에서는 16~18일 식물 편집숍 '가든어스'를 통해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컵을 가져오는 선착순 400명에게 친환경 식물을 심어주기로 했다. ②롯데백화점도 18일까지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업사이클링 상품 판매를 비롯해 폐섬유 등 다양한 일상 폐기물로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포토존을 운영한다.
③신세계백화점은 여름 바캉스를 준비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친환경 팝업스토어를 준비했다. 먼저 빈티지 매장을 운영하는 비바무역과 손잡고 강남점과 센텀시티점에서 빈티지 패션 팝업스토어를 연다. MZ세대는 빈티지를 낡은 것이 아니라 '멋'으로 여긴다는 점에 착안했다. 행사장에는 헌 옷 수거함도 비치해 옷 기부도 받는다.
이 외에 강남점에서는 버려진 페트병을 활용한 수영복 브랜드 '딜라잇풀', 센텀시티점에서는 헌 옷을 수선해 주는 '파타고니아' 팝업스토어도 운영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업체 최초로 종이전단을 폐지하고 전자영수증과 친환경 쇼핑백을 도입하는 등 친환경 쇼핑 문화 조성에 힘써 왔다"며 "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1+1, 사은품 증정 등 할인 혜택도 풍성하다. 롯데·신세계 백화점은 친환경 행사에서 10만 원 이상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벤트에 참여하면 업사이클링 보냉백을 준다. 롯데백화점은 증정 행사를 위해 올 2월 명절 기간 회수한 '선물용 보냉백' 4,000개와 대형 현수막 17개를 재활용해 각각 피크닉 보냉백 4,000개, 피크닉 매트 1,000개를 만들었다.
친환경 쇼핑 문화를 만든다는 이미지를 가져가면서 실제 매출 창출로도 연결할 수 있다는 게 업계가 이 같은 행사에 힘을 주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의 가치를 담지 않으면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며 "각 브랜드도 볼거리와 함께 디자인과 품질에도 신경 써 살 만할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