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국내 최초로 탄소저감 브랜드 제품을 출시했다고 4일 밝혔다. 이 회사가 1일 선보인 그리닛 써티파이드 스틸(Greenate certified steel)은 탄소감축량 배분형 제품이다. 저(低)탄소 생산 공정을 도입하고 저탄소 철원을 써서 줄인 탄소배출량을 배분받아 기존 탄소배출량을 저감한 제품이다. 이 제품을 사는 고객사는 그만큼 탄소배출을 줄인 것으로 인정받는다. 탄소배출량·감축량 산정은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표준인 온실가스 프로토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세계 3대 인증기관인 DNV UK가 직접 경북 포항제철소와 전남 광양제철소를 실사해 검증했다.
회사가 이번에 인증받은 탄소감축량은 총 59만 톤(tCO₂)이다. 지난해 1~8월 고로와 전로에서 각각 펠릿과 고철(스크랩) 사용 비율을 높여 전년 동기 대비 탄소배출량을 줄였다. 펠릿은 철광석을 파쇄·선별한 뒤 일정 크기의 공처럼 가공한 원료다. 이 원료의 사용량을 늘리면 철광석 사용량이 줄어 철광석을 고로에 넣기 전 가공 과정에 쓰이는 화석연료를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해외 철강사들은 2021년 탄소배출량 감축 실적을 특정 강재에 배분하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국내에선 포스코가 처음이다. 그리닛을 처음 사기로 한 고객사는 LG전자다. 건조기 부품 소재로 사용되는 철강 제품 200톤(t)을 출시와 동시에 주문했다. 앞으로 생활가전 제품에 탄소저감 철강재 적용 확대를 적극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지난해 11월 배분형 탄소저감 강재 제품 공급 및 구매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프리미엄 오븐 제품에 그리닛을 우선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와 삼성전자는 최근 가전용 고강도·고내식 제품 및 전기강판 제품 등에 대해 업계 최초로 3년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기술 협력과 탄소중립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신제품 출시일인 1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국내 주요 고객사를 초청해 탄소저감 제품 출시 계획 설명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글로벌 탄소저감 요구 현황과 포스코의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소개하고 2030년까지 출시되는 탄소저감 제품 라인업을 공개했다.
포스코는 2026년부터 용강을 직접 생산하거나 고로에서 생산된 용선과 합탕 방식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일 계획이다. 또 2026년 수소환원제철 시험 설비가 준공되면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 개발을 마쳐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생산 설비를 전환해 나갈 방침이다. 엄기천 마케팅전략실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철강업계에서 탄소저감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포스코는 다양한 제품군 출시를 통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그리닛 제품 론칭으로 철강시장에서 탄소중립이라는 먼 여정을 항한 발걸음을 내디디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