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의 비극' 인도 열차 탈선 후 충돌...최소 230명 사망·900명 부상

입력
2023.06.03 10:37
여객열차 탈선 후 맞은편 열차와 부딪혀
현장 뒤덮은 혈흔·부러진 팔다리..'아비규환'
수백 명 아직 객실에...사상자 불어날 수도

인도 동북부 오디샤주(州)에서 2일 저녁(현지시간) 운행 중 탈선한 여객열차가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다른 열차와 충돌해 230여 명이 사망하고 900명이 다쳤다고 AP통신·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쯤 오디샤주 발라소르 인근에서 여객열차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미타브 샤르마 철도부 대변인은 사고 열차 중 한 대의 객차 10~12량이 먼저 철로를 벗어나며 그 파편이 가까운 선로로 떨어졌고, 반대편에서 오던 다른 열차가 여기 부딪히며 해당 열차도 객차 3량이 탈선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현장에 정차 중이던 화물열차도 충돌에 휘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 당국은 이번 사고로 1,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봤다.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만 233명에 부상자도 최소 900명에 달한다. 순드한슈 사란기 오디샤주 소방국장은 AFP통신에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 수는 계속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처참했던 사고 당시 상황이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한 남성 생존자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충돌 직후 열차 안 사람들이 엉키고 부딪혀 내 위에만 10~15명이 쌓였다"며 "열차에서 빠져나오자 주변에 다리를 잃는 등 크게 다친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고 회상했다. 다른 목격자는 "(현장에) 혈흔과 부러진 팔다리, 죽어가는 사람들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수백 명이 아직 객차 안에 갇혀 있어 구조·수색 작업도 한창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는 인도 국가재난대응부대, 공군 등으로 구성된 구조대와 살아남은 승객들이 구겨지듯 뒤틀린 객차 잔해를 뒤지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날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고 피해자들에게 가능한 모든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사고로 비통함을 느끼고 있고 희생자 유족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21세기 인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열차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다만 주요 외신들은 인도에서 대규모 열차 사고가 드문 일이 아니라고 짚었다. AP에 따르면 인도에서 매일 1,200만 명이 열차 1만4,000대를 이용할 정도로 철도가 주요한 장거리 교통수단이지만, 노후 차량이나 안전장비 부실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실제로 2016년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도 열차 탈선사고로 150여 명이 사망했고, 2018년 펀자브주에선 달리던 열차가 축제를 즐기던 인파를 덮치며 60명이 숨진 바 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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