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1일(현지시간) 회사의 노조 파업 손해 배상 소송 제기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 CNN, NBC방송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레미콘 판매·운반 회사 글레이셔 노스웨스트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파업에 따른 손실 보상 소송에서 대법관 8 대 1 판결로 회사의 소송 제기 권리를 인정했다. 보수 대법관 6명 대 진보 3명 구도인 대법원에서 진보 성향 대법관 2명도 회사 측 손을 들어준 결과다.
글레이셔 노스웨스트 노조는 2017년 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되자 콘크리트로 가득 차 있던 레미콘 트럭을 그대로 두고 파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레미콘 트럭 내 콘크리트가 굳는 바람에 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회사는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회사가 워싱턴주(州)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주 대법원은 이 손실은 파업에 따라 부수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노동 분쟁은 위법 혐의를 조사하는 독립적인 연방 기관인 전국노동관계위원회에서 해결해야 하지, 주법원 소송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연방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다수의견을 작성한 에이미 코닛 배럿 대법관은 노동자들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시멘트를 가득 실은 트럭을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예방 조치가 아니라 회사의 재산을 위험에 빠뜨리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문제가 된 행위는 국가노동관계법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 변호사는 “노조가 의도적으로 파괴한 재산에 대해 회사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소수의견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직원들이 법적 파업권을 행사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준다”며 “전국노동관계위원회가 노동 분쟁을 판단하는 데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하라는 의회의 의도에 여러 측면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라고 판단했다.
CNN은 법원이 2018년 공공 부문 노조가 비조합원으로부터 자동으로 회비를 받을 권리가 없다고 판결하는 등 보수적 판결로 인해 최근 몇 년 노조의 힘이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동안 1935년 통과된 노동관계법에 따라 노동 분쟁은 미국 노동법을 집행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기관인 전국노동관계위원회에서 해결해왔다. 노동관계법은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하고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확립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