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물가가 3.3% 오르면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5, 6%대를 넘나들었던 고물가 기세는 한풀 꺾였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도 적지 않다. 정부는 전기를 아껴 쓰는 가구에 요금을 돌려주는 등 에너지발 물가 상승 차단에 나섰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5월 물가상승률은 2021년 10월 3.2%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던 물가는 올해 1월 5.2%를 기록한 후 점차 안정세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물가가 2%대까지 내려갔다가 연말엔 3% 내외로 소폭 오른다고 전망했다.
5월 물가 하락에 가장 크게 기여한 품목은 석유류다. 석유류는 전년 대비 18.0% 내리면서 전체 물가를 0.99%포인트 떨어뜨렸다. 지난해 이맘때 리터당 2,000원을 돌파했던 경유, 휘발유 가격은 이날 기준 각각 1,413원, 1,594원이다. 농축수산물 역시 0.3% 하락해 물가를 진정시켰다.
전월 대비 23.2% 뛴 전기·가스·수도는 향후 물가 위협 요인이다. 특히 지난달 16일부터 킬로와트시(kWh)당 8원 오른 2분기 전기요금은 다음 달부터 본격 반영될 전망이라 안심할 수 없다. 지난 겨울 강추위로 '난방비 대란'이 발생했듯, 여름 폭염에 '냉방비 폭탄'이 터질 수 있어서다. 1분기 인상까지 더하면 전기요금은 지난해 말보다 kWh당 21.1원 올라갔다.
이에 정부는 냉방비 부담 완화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우선 7월부터 일반 국민이 적용받는 '에너지캐시백'이 확대된다. 에너지 절약 가구에 대한 전기요금 환급액을 높이는 식이다.
7월 전기 사용량을 10% 줄여 400kWh 썼다면 요금은 당초 7만4,000원에서 1만4,000원을 돌려받아 6만 원으로 깎인다. 전기요금이 오르기 전인 지난해 7월 요금 6만1,0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만약 전기를 20~30%까지 절약했다면 환급액 규모는 더 커진다. 아울러 6~9월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면 나눠 낼 수도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대 물가를 기록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 7개국에 불과하다"며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 여름철 이상기후 가능성 등 앞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정부는 물가안정기조 안착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이날 5월 소비자물가와 함께 '2021·2022년 가구특성별 소비자물가 작성 결과'도 처음 공표했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가 5.1% 오른 가운데 소득, 연령, 가구원 수별로 겪은 고물가 수준은 제각각이었다. 가구 특성에 따라 자주 구입하고 많이 지출하는 품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득 수준을 3개 구간으로 나눴을 때 중산층(중위 60%) 물가는 5.2% 올라 전체보다 높았다. 저소득층(하위 20%), 고소득층(상위 20%)의 물가상승률은 중산층보다 다소 낮은 5.1%, 5.0%를 각각 기록했다. 또 나이가 많을수록, 1인 가구보단 2인 이상 가구의 물가 부담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