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중3 수준" 진술 정유정... '영어 콤플렉스'가 범행 동기?

입력
2023.06.02 15:15
취업 시험 앞두고 부족한 영어 실력 고민
검찰 송치 과정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이 영어 실력이 부족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정유정의 '영어 콤플렉스'가 범행 동기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2일 부산 금정경찰서 등에 따르면, 정유정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영어 실력이 좋지 못하다. 중학교 3학년 수준이다”고 진술했다. 그는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영어가 약하다고 말하는 등 영어에 대한 중압감을 드러냈다. 경찰은 정유정이 영어 과외를 하려고 한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과 정유정의 '영어 콤플렉스'가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그는 사건 발생 이틀 전인 지난달 24일 과외 중개 앱을 통해 학부모를 가장해 ‘중학교 3학년 아이가 영어 과외를 받고 싶다’며 피해 여성에게 접근했다.

고교 졸업 후 5년 동안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하지 못한 정유정은 도서관 등을 오가며 다음 달 영어 과목이 포함된 공무원 필기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정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공무원 9급과 7급 시험에 합격했는데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진술하기도 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유정이 도서관에서 살인 관련 서적과 함께 공무원 준비를 위한 수험서 등을 빌려 본 자료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이)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신보다 영어도 잘하고 학력도 좋은 피해 여성에 대해 증오나 강한 적대감 때문에 범행을 계획해 실행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정의 신상이 전날 공개된 가운데 정유정의 할아버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잘못 키운 죄로 유족들에게 백배 사죄하고 싶다. 상상도 안 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정유정은 이날 오전 9시 6분쯤 검찰 송치를 위해 부산 동래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은 전날 오후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정유정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을 공개했다. 심의위원회는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범행에 대한 예방효과 등 공공이익을 위한 필요가 크다고 판단된다”고 신상정보 공개 이유를 밝혔다.


부산= 권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