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치료하면 간암 위험 59%, 간 관련 사망 위험 74% 감소

입력
2023.06.02 08:36

C형 간염을 치료하면 간암 발병 및 사망 위험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광현ㆍ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7개 대학병원에 등록한 C형 간염 환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온 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간암 및 간 관련 사망의 주원인으로, C형 간염 유병률은 1%(50만 명)로 추산된다(대한간학회).

C형 간염은 평균 7~8주 잠복기를 거치는데 대부분 증상이 없다. 드물게 황달이 생기거나 피로감, 소화불량,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나지만 아주 경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환자 대부분은 증상을 느끼지 못해 20% 정도만 치료를 한다. 대부분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30~40%의 환자는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악화한다.

C형 간염은 AㆍB형 간염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다. 철저한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C형 간염 바이러스(HCV)는 최소한 6개 유전자형과 50개 정도의 RNA 바이러스 아형(亞形)이 있어 백신 개발이 어렵다. 이 때문에 C형 간염 조기 발견을 위해 국가건강검진에 포함시키자고 관련 학계가 적극 나서고 있다.

C형 간염은 AㆍB형 간염과 달리 수혈과 주사기를 통해 주로 감염된다. 지금은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수혈로 인해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든 혈액 제제는 수혈 전 혈액검사를 한 뒤 문제가 없을 때에만 수혈하기에 이로 인한 C형 간염 전파는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주사기를 통한 감염 위험은 여전하다.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에게 쓰인 주사기가 다른 사람에게 다시 사용돼 전염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이 같은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 간염 집단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면도기ㆍ칫솔ㆍ손톱깎이 등을 같이 사용하거나, 문신ㆍ피어싱ㆍ 반영구 화장ㆍ침 시술ㆍ정맥주사 등이 최근 늘면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재 C형 간염은 치료제 발전으로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DAAㆍDirect-acting Antiviral Agents)가 개발돼 건강보험 적용까지 받을 수 있다. 모든 C형 간염 바이러스 유전자형(1~6형)을 치료할 수 있는 약(마비렛)도 나왔다. 8~12주 동안 하루에 한 번 약을 먹으면 98% 이상 완치될 수 있다.

최광현 교수팀은 2007~2019년 7개 대학병원에서 모집된 C형 간염 환자 2,054명을 평균 4년간 추적, C형 간염 치료 후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과 비교했을 때 실제 간암 발생 및 사망 위험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 대상자 중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는 619명이었으며, 인터페론 주사로 치료 받은 환자는 578명,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제로 치료 받은 환자는 857명이었다.

연구 결과, C형 간염 환자들은 먹는 약으로 치료했을 때 95.3%의 완치율을 보였다. 또한 완치된 환자들을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과 비교했을 때 성별, 간경변을 비롯한 간 기능을 보정하면 간암 위험은 59%, 간 관련 사망 위험은 74% 낮았다. 합병증을 동반한 간경변 발생 위험도 치료군에서 90% 낮았다.

C형 간염 완치로 나타난 긍정적 효과는 이미 간경변이 발생한 환자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났으며, 인터페론 주사제와 경구 약물 중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든 간암 발생 및 사망 위험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다.

최광현 교수는 “국내 대규모 다기관 코호트를 통해 대부분의 C형 간염 환자들을 경구 약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예후(치료 경과)가 아주 좋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교신저자 정숙향 교수는 “C형 간염 환자를 최대한 발굴해 치료하면 간암 및 간 관련 사망률 및 전체 사망률을 줄여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음을 뒷받침해주는 연구로 의미가 깊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세계소화기학저널(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