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한 해 예산(2조34억 원)의 4%에 해당하는 800억 원을 쏟아부을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국회 세종의사당 입지가 환상형 도로변으로 수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주인구 5,000명에 수 천 명의 민원인이 찾을 국가 시설이 접근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최악인 현 예정부지(S-1)에 들어설 경우 가뜩이나 체증을 겪는 지역의 교통난을 가중시키고, 세종시의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도 무력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5일 “지역 사회와 도시공학자들을 중심으로 환상형으로 설계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한복판인 S-1생활권이 국회 입지로 적절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국회 등 관계 기관이 검토에 나설 경우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등 국가 중앙기관들이 입주해 있는 세종시(신도시)는 2개의 간선도로(BRT, 외부순환도로)가 도시를 감아 도는 환상형의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건설됐다. 이에 따라 세종청사는 간선도로(BRT 노선)와 접한 9시 방향에 건설됐고, 세종시청ㆍ시의회(6시 방향),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책연구단지(5시 방향) 등 대부분의 주요 시설은 BRT 노선과 외부순환도로를 따라 지어졌다. 또 최근 세종으로 이전한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도 BRT 노선변으로 자리를 잡았다. 앞으로 건설이 예정된 대학ㆍ연구단지(3시 방향), 의료단지(2시 방향)도 BRT 노선과 외부순환도로를 중심으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지만, 국회만 예외다. 간선도로와 멀리 떨어진 신도시 한복판에 건설이 예정돼 있다.
세종시 건설 계획 수립에 참여한 도시공학자 A교수는 “현재의 국회 예정부지는 세종시내 교통 문제를 가중시키고 타 지역에서도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곳”이라며 “세종시가 국내 최초로 추진하는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의 작동과 국토 공간의 효율적인 이용 측면에서 6-1생활권(12시 방향)이 국회 입지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환상형 도시의 정점으로 볼 수 있는 6-1생활권에서는 BRT 노선과 외부순환도로를 이용해 세종에 이전한 각 부처와 기관 접근이 용이하고, 오송KTX역과 청주공항 이용이 한결 쉽다. KTX역은 10분 안팎이면 닿고, 청주공항도 20분대 접근이 가능하다. 제2경부고속도로로 불리는 서울-세종 고속도로와 세종-청주 고속도로가 각각 2025년, 2030년 개통되면 접근성은 더 좋아진다. 국회 세종의사당은 2028년 말 설치된다.
세종을 중심으로 한 충청권역이 국가 균형발전의 중추적 역할 수행을 위해서도 6-1생활권이 국회 부지로 유리하다는 게 지방ㆍ중앙직 공무원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국회가 S-1생활권을 이미 낙점했다는 점을 들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당초 저밀주거용으로 계획된 S-1생활권은 중앙호수공원, 국립세종수목원과 닿아 있다.
한 부처 공무원은 “미래 대한민국의 국회부지로 적합한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국민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원과 가까운 부지’로 결정된 측면이 있다”며 “여기에다 선거철마다 변덕을 부리는 정치권이 또 변덕을 떨어 국회 이전 사업이 지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지역에서도 최선의 안에 대한 고민을 덮어놓고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분위기가 짙다”고 말했다. 지금 이대로의 사업 추진으로는 행정수도 건설사업이 오히려 대한민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사업으로 결말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