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부산 영도구 삼진어묵 본점 2층에서 진행된 체험관에선 어린이들이 어묵 만들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도마에 어묵 반죽을 펼치고 감자나 소시지 등의 재료를 넣어 어묵을 만들었다. 최윤(7)군은 "평소 반찬으로 자주 먹던 어묵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어 신기하다"며 연신 반죽을 주물렀다.
삼진어묵은 어묵의 본고장 부산에서 출발했지만, 전국구 업체로 발돋움한 지 오래다. 부산 어묵의 맛을 전국으로 알린 산파 역할을 한 삼진어묵이 올해 창업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날 진행된 어묵 만들기 체험은 좀더 친숙한 음식으로 다가서기 위한 노력으로, 2013년 12월부터 최근까지 1만 회 정도가 진행됐다.
삼진어묵은 박재덕 창업주가 6·25전쟁 휴전 직전인 1953년 7월 1일 피란민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영도구 봉래시장 한쪽에 처음 문을 열었다. 맷돌에 생선을 뼈째로 간 뒤 밀가루나 콩비지를 섞은 반죽을 기름 솥에 튀겨 어묵을 만들었다. 어묵은 60년간 단순한 반찬이나 길거리 간식 정도로 인식됐지만, 삼진어묵 3대인 박용준 삼진식품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한단계 도약했다.
박 대표는 2013년 12월 '삼진어묵베이커리'를 론칭했다. 어묵을 반찬이 아닌 고급 영양식으로 개발해 사람들의 인식 전환에 시동을 건 것이다. 미국 유학파인 박 대표는 “어묵베이커리는 매장에서 갓 만들어 신선하고 맛있는 갖가지 어묵을 모아 놓고 빵을 사먹듯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당시 빵집 콘셉트로 만들어진 어묵 매장이 없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묵에 콩과 단호박, 고구마, 연근, 파프리카, 치즈 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 만든 80여 가지의 어묵이 개발됐다. 어묵 속에 새우, 카레, 불고기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고로케처럼 튀겨낸 어묵고로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지금도 어묵고로케와 고추튀김어묵, 통새우말이는 삼진어묵의 대표 메뉴로 꼽힌다. 2018년부터 지난 4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각각 744만 개, 245만 개, 170만 개에 달한다.
2013년 83억 원이었던 삼진어묵 매출은 2014년 230억 원, 2017년 540억 원, 2021년 790억 원으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삼진어묵 베이커리 국내 매장은 모두 19개로 늘어났다. 정부에서도 삼진어묵의 성공 사례를 언급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16일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잠재력 있는 소상공인을 ‘제2의 삼진어묵’ 같은 혁신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진어묵은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생선살로 만든 어육 단백질 파우더를 개발했다. 지난 5년 동안 어묵의 기반이 되는 수산 단백질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삼진어묵 관계자는 "육류 단백질을 대체할 수산물 가공 단백질을 가루 형태로 만든 게 어육 파우더"라며 "밀가루처럼 여러 요리에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단백질 제품이면서 맛과 영양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다이어트 바’ 개발도 진행 중이다. 기름으로 튀겨 낸 어묵의 또 다른 변신에 나선 것이다.
삼진어묵은 온라인 판매 플랫폼 '아마존' 순위 기준으로 미국 내 인기 한국식품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홍콩과 필리핀, 싱가포르 등에서 경험했던 해외 시장 공략 경험을 살려 해외 사업장 확장도 주력할 예정이다. 현재는 인도네시아 4곳에 매장을 열었다. 해외 사업 콘셉트는 현지화다. 원재료부터 생산과 제조, 유통까지 해당 국가에 철저하게 맞추는 전략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다. 현지화 전략은 다음달 제주도에 문을 여는 베이커리 매장에서 우선 적용된다. 삼진어묵 관계자는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통해 어묵을 생산하고, 맛이 통하면 그 재료를 부산에서 제조해 전국으로 유통할 생각"이라고 했다.
삼진어묵은 사하구 장림동 제1공장에서 주로 반찬용 어묵을, 서구 암남동 제2공장에서 간식용 어묵을 생산한다. 하루 최대 생산량은 장림동은 60톤, 암남동은 20톤가량이다. 올해 창업 70주년을 맞은 삼진어묵은 영도 본점 공간 일부를 올해 말 전통방식으로 어묵을 만드는 공장으로 복원한다. 박 대표는 “삼진어묵이 생긴 지 70년이 된 만큼 처음 어묵을 만드는 초심을 되살려 전통과 현재, 미래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정책 및 제도를 만들어 더 많은 소상공인이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