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과잉진압'에 격앙된 노동계...한국노총 "경사노위 탈퇴 고려"

입력
2023.06.01 18:47
경사노위 체제 바뀐 2018년 이후 처음
전날 4명 연행된 민주노총도 "경찰이 불법"
금속노조는 정부 상대 손해배상 소송

노조 집회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계속되면서 양대노총 모두 대정부 투쟁을 선포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에 나섰고, 한국노총은 그나마 정부와 대화를 이어가던 창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탈퇴까지 언급하면서 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노총은 오는 7일 전남 광양시에서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경사노위 탈퇴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한국노총은 전신인 노사정위원회 당시 수차례 위원회 탈퇴와 합류를 반복했으나, 2018년 경사노위 체제가 시작된 뒤로는 한 번도 논의 테이블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원래 이날은 경사노위에서 한국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과 31일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간부들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을 지원하기 위한 농성 중 연행되면서 분위기가 급속도로 험악해졌다.

경찰은 연행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경찰관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경찰봉을 맞고 쓰러진 김 사무처장은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연이어 자행된 정권의 폭력 연행과 진압을 보며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라며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결국 노사정 간담회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만약 한국노총이 탈퇴를 결정하면 경사노위 활동 자체가 정당성을 잃고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날 서울 시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민주노총도 '정권 퇴진 투쟁'을 선포했다. 이날 집회는 장소와 시간 모두 사전 신고대로 이뤄졌으나, 야간 문화제 때 도로에 천막을 설치하자 경찰이 이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4명이 다치고 4명이 연행됐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그렇게 떠들어대던 불법적 요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나 권한 밖에 있는 행정대집행을 운운하며 이미 설치된 분향소를 부수고 사람들을 연행하는 등 불법과 폭력을 저질렀다"면서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 대통령과 여당 말 한마디에 의해 기류가 변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2주간의 총파업 투쟁에 이어 하반기에는 광범위한 민중연대 투쟁을 준비 중이다.

또한 지난달 25일 대법원 앞에서 야간 문화제를 열었다가 강제 해산된 금속노조와 비정규직공동투쟁은 1일 정부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김유정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경찰의 강제해산 조치는 명백한 기본권 침해"라며 "무대차량 견인, 집회 원천 봉쇄, 현행범 체포, 강제해산 모두 법령에 근거가 없거나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행위였다"고 말했다. 해당 야간 문화제는 3년간 수차례 진행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 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을 언급한 직후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금속노조는 오는 9일 대법원 앞에서 1박 2일간 2차 노숙 문화제를 개최하겠다고 선포한 상태다.

2일에는 양대노총 모두 경찰청 앞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오전 11시, 한국노총은 오전 11시 30분에 각각 경찰의 공권력 남용 등을 규탄할 예정이다.

곽주현 기자
광양=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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