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하고 부지런한 장군들이 남긴 실패의 역사

입력
2023.06.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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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장을 통해 돌아본 진정한 명장의 자질
신간 '별들의 흑역사'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시절 공화국군 수장이던 쿠르트 폰 하머슈타인 에쿠오르트 장군은 장교의 종류를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현명하면서 게으르거나 △현명하면서 부지런하거나 △멍청하면서 게으르거나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유형이다. 하머슈타인 에쿠오르트 장군에 따르면 앞선 두 유형은 참모본부나 지도자로 적합하다. 멍청하면서 게으른 유형은 오히려 일상적 업무를 소화하는 데 걸맞다고 한다. 가장 문제는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부류다. 이 유형은 어떤 일이든 잘못 벌이는 바람에 조직에 해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위대한 명장을 조명하는 책이 쏟아지는 와중에, 권성욱 전쟁사 연구가는 ‘멍청한 주제에 쓸데없이 부지런해서’ 역사에 남은 패장들을 조명했다. 본업은 울산시 공무원이면서 소문난 ‘밀덕(밀리터리 덕후)’인 저자가 풀어내는 전쟁사는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은 흥미로운 뒷이야기의 연속이다. 책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로이드 프레덴들 중장은 독선적인 결정과 형편없는 지시로 독일군의 3배가 넘는 사상자를 내며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일본군 특유의 정신력 우선주의를 신봉했던 하나 다다시 장교는 정신력으로 버틸 것을 강요하면서 병영 내 가혹행위를 강화했고, 정작 영국군을 격파하려 했던 하호작전은 실패했다. 메이지유신 이래 최악의 졸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저자는 총 12명의 패장들을 조사하면서 파악한 이들의 공통점을 제시한다. 자신의 실패에 대해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타인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었다. 명장의 자질은 비범한 능력보다는 과오를 반성하고 다음 전투를 대비하는 책임감에서 나온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