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터지면 병원 도착 전 20% 사망

입력
2023.05.31 22:17

K(60)씨는 최근 건강검진 중 뇌 자기공명영상 혈관 촬영(MRA) 검사(MRI 장비로 뇌혈관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검사)를 했는데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빨리 뇌 수술을 받던지 시술해야 한다는 얘기에 평소 아무런 증상도 없던 K씨는 고민에 빠졌다.

건강검진 뇌 컴퓨터단층촬영(CT) 혈관조영술 검사에서 5㎜ 크기의 ‘뇌동맥류’가 진단된 A(55ㆍ여)씨는 혈관 파열 위험이 높기에 코일색전술(시술)을 시행하자는 권유에 당장 증상도 없는데 꼭 치료해야 할지 지켜봐야 할지 고민이다.

뇌동맥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腦動脈瘤ㆍcerebral aneurysm)는 제때 대처하지 못하면 팔다리 마비 등 후유증은 물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초응급 질환이다. 이 때문에 ‘머리 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뇌출혈) 병원에 도착하기 전(20%)과 치료 도중(28%)에 목숨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하지만 뇌동맥류는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어 알아채기 어려워 건강검진 등을 통해 대부분 발견된다. 이들 질환은 골든타임 내 치료하면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만 예방이 우선이다.

뇌동맥류는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만약 뇌동맥류가 터지면 출혈이 한꺼번에 두개강 내 지주막하(蜘蛛膜下) 공간으로 흘러나온다. 이때 번개가 치는 듯한 갑작스럽고 극심한 두통을 겪는다.

특히 출혈량이 많으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따라서 뇌동맥류를 진단 후 어떻게 대처할지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고 정기적으로 상태 변화를 추적 관찰하는 것이 좋다.

뇌동맥류는 뇌동맥류 크기, 위치, 모양, 나이 등을 고려해 뇌 수술에 해당하는 개두술을 통한 ‘클립결찰술(aneurysm neck clipping)’이나 혈관을 통해 접근해 치료하는 뇌혈관 내 치료 또는 중재적 시술에 해당하는 ‘코일색전술(coil embolization)’을 시행해 치료한다.

결찰술은 뇌동맥류 치료에 있어 오랫동안 시행돼 온 방법으로 기술적으로 이미 정점에 도달해 있다.

그 방법은 두피를 절개하고 두개골을 작게 열어 수술 현미경을 통해 뇌동맥류를 노출해 동맥류 목(입구)을 클립으로 물어서 혈류를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코일색전술은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동맥류를 치료하는 비침습적 시술법으로 허벅지(서혜부) 대퇴동맥을 통해 여러 단계의 카테터(catheterㆍ도관)를 사용해 뇌동맥에 접근한 뒤 뇌동맥류에 백금코일을 채워 혈류를 차단해 동맥류가 터지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

동맥류 입구가 넓은 경우 혈관 내 스텐트나 풍선을 이용해 입구를 지지하고 코일 색전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남택균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코일색전술은 머리를 여는 개두술을 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는 비침습적 치료법으로 시술 시간도 3시간 이내로 비교적 짧으며, 치료 후 1~2일 이내에 퇴원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다만 코일색전술은 클립결찰술(수술)보다 재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남택균 교수는 “통계적으로 10명 중 1명은 다시 치료해야 하기에 클립결찰술에 비해 재발 확인을 위해서 시술 후 추적 검사를 자주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실제 뇌동맥류로 인한 코일색전술 시술 후 6개월, 1년 6개월, 3년 6개월, 5년 6개월에 추적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치료 시 스텐트 보조 하에 코일색전술을 시행했다면 최소한 6개월에서 1~2년 정도 항혈소판제를 복용해야 한다.

권정택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동맥류로 진단되더라도 환자 상황을 정확히 진단해 두 가지 치료법을 함께 할 수 있는 병원의 전문의를 찾아 안전하고 정확한 치료법을 찾아 신속히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