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되면서 내홍을 겪고 있는 부산영화제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31일 영화계에 따르면, 허 위원장에 대한 성폭력 신고가 최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부산영화제 전 직원으로 허 위원장으로부터 수년간 폭언과 성희롱,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든든은 변호사를 통한 법률 검토와 심의위원회 회의를 거쳐 부산영화제에 내부 조사를 권고했다.
허 위원장의 성폭력 의혹은 진위 여부와는 무관하게 부산영화제의 위상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허 위원장은 5월 9일 조종국 운영위원장이 임시총회에서 위촉된 이후 사의 표명을 했다. 조 위원장의 임명에 따라 허 위원장의 업무는 상영작 선정과 행사 기획으로 축소됐다. 부산영화제에 운영위원장이 위촉된 것은 조 위원장이 처음이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이 내부 장악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조 위원장이 위촉됐고, 허 위원장이 이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관련 부산영화제는 "허 위원장이 사의 이유를 영화제에 말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중심으로 허 위원장의 즉각 복귀와 더불어 영화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 이사장은 사태 해결이 될 때까지를 전제로 이사장직 조기 퇴진을 5월 15일 밝혔다. 이후 이사회는 허 위원장 복귀를 위해 노력한다고 의결했고, 허 위원장 복귀가 가시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폭력 의혹 제기로 허 위원장의 조기 복귀는 불가능하게 됐다.
허 위원장의 성폭력이 사실로 확인되면 부산영화제의 도덕성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제 수장이 내부 직원 성폭력 의혹에 연루되는 것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문화축제이자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꼽히는 부산영화제로선 감당하기 힘든 악재가 될 수 있다. 조재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이 2018년 미투로 불명예 퇴진했으나 내부 인사와는 무관했다.
허 위원장의 결백이 밝혀진다 해도 부산영화제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집행위원장을 둘러싼 내부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4개월 정도 남겨둔 올해 영화제에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부산영화제 이사회는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허 위원장을 이날 면담하기로 했으나 “개인적인 문제로 복귀가 힘들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개인 문제가 제대로 밝혀질 때까지는 복귀를 기다리기로 하고 사표 수리는 그때까지 보류한다”고 덧붙였다.
뉴스1에 따르면, 허 위원장은 이사회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많은 분들의 염려와 질책에도 불구하고 저는 영화제에 복귀할 수 없다"며 “지난 30일까지만 해도 복귀 쪽에 무게를 두고 고심했지만 자신에 대한 갑작스러운 성폭력 의혹 제기로 인해 최종 사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성폭력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