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불법자금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경선투표 개시 이틀 전 윤관석 의원이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 핵심 인물이 참여하는 '기획회의'를 주재하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계획을 최종 확정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당시 회의에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위원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송 후보 보좌관 박모씨 등 캠프 인사는 물론 일부 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고 보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정당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윤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2021년 전당대회 직전 윤 의원이 강 전 위원 및 이 전 부총장 등과 금품 살포를 공모한 정황과 금품이 오간 구체적인 시점·장소를 담았다.
검찰은 윤 의원을 '송영길계 좌장'으로 규정하며, 경선 기간 송 후보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 전반을 기획하고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적시했다. 경선 기간 매주 수요일 조찬 또는 차담 형식으로 송 후보 지지 국회의원들이 참석하는 '의원 모임'을 주재했으며, 강 전 위원과 이 전 부총장 등 캠프 조직본부 핵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기획회의'도 수시로 열었다. 이를 통해 선거판세와 선거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윤 의원이 경선 투표 시작 나흘 전인 4월 24일 사업가 김모씨가 현금 5,000만 원을 캠프에 제공했다는 정보를 들은 뒤 이를 '매표' 자금으로 쓰자고 지시·권유한 것으로 본다. 캠프의 실질적 조직본부총괄이던 강 전 위원에게 전화해 '들리는 소문으로 경쟁후보 캠프에서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돌린다고 하는데, 우리도 회의를 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 마지막으로 의원들을 좀 줘야 되는 거 아니냐'는 취지로 전화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4월 26일을 현금 살포가 결정된 시점으로 봤다. 이날 오후 국회 본관 외교통상위원장실에서 강 전 위원, 이 전 부총장과 일부 의원들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고, 윤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경선 투표 개시 일정에 맞춰 현금을 교부하는 방안을 제안한 뒤 동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계획 실행 과정도 영장 청구서에 꼼꼼히 적시했다. 윤 의원은 4월 27일 저녁 여의도 소재 중식당 부근에서 송 후보 보좌관 박씨로부터 300만 원씩 든 봉투 10개가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를 건네받았다. 봉투는 이튿날 오전 국회 본관 외교통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의원 모임'에 참석한 국회의원 10명에게 1개씩 전달됐다. 윤 의원은 같은 날 저녁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추가로 300만 원씩 담긴 봉투 10개를 받아 이를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윤 의원은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그는 31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친전에서 "돈을 준 사람과 중계한 사람, 받은 사람, 돈을 주고받는 목적도 제대로 적시하지 않은 '4무 영장'"이라며 "검찰 수사 과정의 시작은 편법적이었고, 목적은 정략적이며, 수단은 탈법적이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24일 윤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체포동의안 표결은 다음 달 12일 본회의에서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