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과연 얼마의 ‘전쟁 비용’을 썼을까. 정확히 알려진 적은 없지만 연간 약 670억 달러(약 88조 원)라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다만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고작 3%에 불과한 금액이라는 점에서, 다소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3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전쟁에 쓴 직접적인 비용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러시아의 관련 예산 내역이 불투명한 만큼, 침공 이전 러시아의 국방·안보 예산과 실제 지출 기록을 비교하는 등의 방식으로 분석해 본 결과 이러한 추정치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다른 전쟁과 비교할 때, 매우 미미한 수치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당시 소련(현 러시아)은 GDP의 61%를 전쟁 비용으로 썼다. 미국도 GDP의 절반을 군사력에 쏟아부었다. 그런데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일으킨 당사국이면서도, 과거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한국전쟁(GDP의 4.2%)이나 베트남전쟁(GDP의 2.3%)에 지출한 수준의 비용만 쓰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가 전쟁에 국가 예산을 대거 투입하지 않는 건 정치적 이유 탓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 아니라 ‘특수 군사 작전’으로 부르는 러시아로선 거액을 쏟아붓는 순간,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다. 아울러 전쟁으로 국가 경제가 타격을 입는 일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원치 않는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물론 국방이 최우선이지만, 이 분야의 전략 과제를 해결하려고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거나 경제를 파괴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인공지능, 무인기 등 첨단 군사기술 발전과 함께 달라진 국방 환경도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이코노미스트는 “오늘날의 군대는 과거의 군대보다 효율적"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였던 1945년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도 강력한 군대를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수치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자 미하일 마모노브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국가, 특히 공식 수치가 조작될 가능성이 있는 러시아의 GDP를 참고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군사전문 매체 소프렙은 우크라이나 침공 3개월 후인 지난해 5월, 러시아가 전쟁 비용으로 하루에만 9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쓴다는 추산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