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10조 원 가까이 줄었다. 덜 걷힌 세금 중 9조 원은 법인세였다. 올 들어 넉 달간 34조 원에 육박하는 세수 감소폭은 역대 최대 규모다.
31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현황에 따르면, 4월 세수는 46조9,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9조9,000억 원 감소했다. 3월(-8조3,000억 원)보다 폭이 늘어난 데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폭이다. 4월까지 누계 세수(134조 원) 감소폭(-33조9,000억 원)도 1~4월 최고 기록을 세웠다. 다만 세정 지원(납부 유예)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실질 세수 감소분은 23조8,000억 원으로 줄어든다는 게 정부 얘기다.
세수 부족은 이미 회복하기 힘든 수준이다. 정부의 올해 세수 목표(400조5,000억 원)가 작년 세수 실적보다 4조6,000억 원 많기 때문에 연말 예상 세수 결손 규모(-38조5,000억 원)도 감소폭보다 그만큼 커진다. 정부 기대대로 ‘상저하고(상반기 저조하던 경기가 하반기에 회복)’가 실현돼도 규모가 달라질 뿐 결손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게 기재부 판단이다.
가장 큰 구멍은 법인세다. 전년비 마이너스(-)폭이 3월(-6조1,000억 원)보다 4월(-9조 원)에 더 늘었다. 1~4월 기준으로는 감소분이 15조8,000억 원에 이른다. 핵심 요인은 저조한 지난해 기업 영업 실적이다. 하반기 본격화한 부진의 골이 예상보다 훨씬 깊어 여름 세수 추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더욱이 전년 실적에 기초하는 법인세는 3월 납부가 원칙이되 대기업은 4월, 중소기업은 5월까지 분납할 수 있는 구조다. 작년 수출 대기업 이익 감소 파장의 세수 영향권이 올 4월까지인 배경이다.
중간 예납도 세수 가늠을 방해하는 복병이다. 법인세는 8월에 절반가량을 미리 내는데, 결산 전이다 보니 납부 뒤 실적이 대폭 줄거나 적자로 돌아서면 이듬해 세금을 돌려받을 일이 생기기도 한다. 환급 시기가 바로 4월이다. 설상가상 업황 악화로 곤란을 겪는 기업이 늘면서 국세청의 법인세 납부 유예 규모가 1조 원으로 커진 것 역시 4월 법인세수 감소 원인 중 하나라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기재부는 4월까지 35조6,000억 원이 들어온 법인세 수입의 연말 규모가 목표(105조 원)보다 15조 원가량 적은 90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세와 더불어 세수 위축의 또 다른 견인차는 양도소득세다. 4월까지 전체 소득세(35조7,000억 원)가 작년보다 8조9,000억 원 빠졌는데, 7조2,000억 원이 양도세 감소분이다. 작년 2월 뒤늦게 걷은 소규모 자영업자 종합소득세 기저효과(2조3,000억 원)와 양도세를 빼면 올 4월 누적 소득세가 작년보다 오히려 많다는 게 기재부 집계다. 작년 전반기 부동산시장 호황이 이례적이었던 터라 한동안 전년비 양도소득세 증가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기재부는 내다보고 있다.
반면 소비 증가 등에 힘입어 부가가치세 수입은 회복세다. 4월에 전년비 1조8,000억 원이 더 걷히면서 누적 세수(39조7,000억 원) 감소폭이 3조8,000억 원으로 줄었다.
작년만큼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기 쉽지 않은 데다 법인세 중간 예납 규모도 작년보다 줄겠지만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게 기재부 평가다. 정정훈 조세총괄정책관은 “3, 4월처럼 큰 폭의 세수 감소가 5월 이후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 세수 재추계 결과를 8월 말이나 9월 초에 발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