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집회 앞두고 '기동복' 입은 경찰청장, "불법 땐 캡사이신 쓸 것"

입력
2023.05.31 12:00
윤희근 "강경 대응? 동의할 수 없어"
집회 전 경비경찰 13명 '특진' 약속

윤희근 경찰청장이 31일 오후 열리는 민주노총의 대규모 도심 집회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하면 ‘캡사이신’ 최루액을 사용해 해산하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윤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열린 경비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신고된 시간을 초과해 집회를 진행하거나 차로를 점거해 과도한 교통정체를 야기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으면 해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캡사이신은 현장 상황에 따라 부득이 필요할 경우 현장 지휘관의 판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근무복 대신 기동복을 입고 회의에 참석한 윤 청장 복장에서도 결연한 대응 의지가 드러났다. 기동복은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거나, 중무장한 범죄자 등을 제압할 때 착용하는 특수 복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조합원 2만여 명이 참여하는 ‘총력투쟁대회’를 개최한다. 경찰은 당일 오후 5시까지, 딱 한 시간만 집회를 허가한 상태다. 만약 노조가 그 이후에도 야간문화제 등을 빙자한 ‘편법’ 집회를 계속하거나, 도로 전(全) 차로를 점거해 교통체증을 유발하면 지체 없이 강제해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인 2017년 3월 친박(親朴) 시위대를 겨냥해 캡사이신 최루액을 발포한 후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

윤 청장은 노동계 집회에 유독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면서 “집회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불법에 대해 경찰로서 해야 할 역할을 주저 없이, 당당하게 하겠다”고 답했다. 실제 경찰청은 전날 최근 대규모 집회ㆍ시위 대응 과정에서 성과를 낸 경비경찰관 13명의 특별승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다만 ‘물대포’로 불리는 살수차도 재도입해야 한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에는 “시간을 두고 말씀 드리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경찰은 2015년 11월 농민 백남기씨 사망 사건 이후 살수차를 사용하지 않다가 문재인 정부 당시 전량 폐차했다.

박준석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