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 르네상스] "사람이 모이는 대한민국 중심"... 충북도정, 인구에서 길을 찾다

입력
2023.06.06 18:20
민선8기 최우선 과제는 '인구 증가'
출생률 1위·순유입 5만명 등 목표 
아이 1명 1000만원 출산육아수당 
전국 첫 임산부 예우 조례 제정
청년 유인, 고려인 유입 적극 추진
"인구늘리기에 도정 역량 총동원"

편집자주

균형발전 선도하는 중원 자자체.기관들의 혁신 사례



지난 3월 충북 청주의 36세 동갑내기 부부가 이란성 남자 쌍둥이를 얻었다. 부부는 2020년 4월에도 이란성 아들 쌍둥이를 낳았다. 하지만 겹쌍둥이 출산의 기쁨도 잠시. 산모가 결핵성 척추염으로 하반신 마비 증세를 보여 곧바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후 산모는 모 대학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언제 건강을 되찾아 아이들 곁으로 돌아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충북도는 즉시 인구복지협회와 손을 잡고 후원 계좌를 통해 모금에 들어갔다. 농협충북본부와 청주시 등도 특별 모금에 나섰다. 김영환 지사는 산모가 입원 중인 병원을 찾아 직접 후원금을 전달하고 부부를 위로했다. 김 지사는 “모든 의료진을 동원해서라도 산모의 재활을 도와 아이들 곁으로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청주 겹쌍둥이 출산 부부의 사연은 충북도가 출산을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충북도는 민선 8기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인구 증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도는 올해 1월 전담 부서인 인구정책담당관을 신설, 다양한 인구 증가 시책 발굴에 나섰다. 이어 지난 4월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쳐 민선 8기 인구정책 추진 전략을 마련했다. 이 전략은 ‘사람이 모여드는 대한민국 중심, 충북’이란 비전 아래 ▲출생률 전국 1위 ▲인구 순유입 5만 명 ▲등록외국인 6만 명을 달성하는 것이 골자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1등도' 목표


충북의 대표 출산장려 정책은 출산육아수당이다. 5월 1일부터 도내 전역에서 시행에 들어간 이 수당은 신생아 1인당 총 1,000만 원. 지원 대상은 2023년 1월 1일부터 태어난 모든 아이가 해당한다. 수당은 5~6년간 매년 100만~200만 원씩 연차적으로 도와 시군 재원으로 지급한다. 이에 따라 충북에서 태어난 아이는 정부의 부모급여·아동수당 등 국비 사업과 연결하면 전국 최고 수준인 5,285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만큼 출산·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장기봉 도 인구정책담당관은 “출산육아수당 접수를 받은 지 3주 만에 대상자의 99%가 신청을 완료했을 정도로 출산 가정의 관심이 높았다”며 “출산육아수당이 아이를 낳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산부 우대 시책도 다각화한다. 도는 올해 안에 전국 최초로 ‘임산부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참이다. 조례에는 ▲대중교통 무료 이용 ▲공공시설 이용요금 감면 ▲금융기관 전용창구 운영 등 갖가지 임산부 우대 조항을 담을 예정이다.

임신·출산 정보를 한눈에 알아보는 통합 플랫폼을 운영하고, 고위험 산모에 대한 건강모니터링도 시행한다. 충북대병원과 협력해 시행할 고위험 산모 건강모니터링은 체온, 수면주기, 단백뇨 지수 등을 데이터화해 임신중독, 조산 등 응급 상황까지 대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의료비후불제 대상에 임산부를 확대 적용하는 안도 추진 중이다. 충북이 처음 시작한 의료비후불제는 치료를 먼저 받고 의료비는 무이자로 나눠 내는 제도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보건의료 취약계층을 위해 도입했다.

영유아 돌봄 정책도 강화된다. 돌봄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해 거점형 어린이집 운영 시간을 늦은 밤까지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또 현재 18개소인 공동육아나눔터를 28개소까지 늘려갈 참이다. 긴급 시간제 보육서비스로 맞벌이 부부·한부모 가정의 육아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전문 매니저가 가정을 방문해 육아를 돕는 초보부모 육아코칭 사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아동을 아끼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아동친화 시설 인증인 ‘웰컴키즈존’과 남성육아휴직 1호 기업 지원 사업도 추진한다. 남성 육아 참여 활성화를 위해 도는 지난달 ‘100인의 아빠단’을 출범시켰다. 이는 3~7세 아이와 아빠가 함께 캠핑·숲 체험을 하며 육아 노하우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 연중 운영될 예정이다.

이처럼 다양한 시책이 닻을 올린 가운데, 출산과 관련한 긍정적인 지표가 나와 주목을 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충북의 출생신고 등록 건수는 2,6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6%포인트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 기간 전국 평균 출생신고 등록 건수는 6.3%포인트 감소했다. 17개 시도 가운데 15개 시도가 감소하고, 증가한 곳은 충북과 전남(0.4%포인트)뿐이다. 충북은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혼인 증가율(5.2%포인트)도 보였다. 2021년 충북도 내 첫아이 출산 산모 평균연령(31.6세)은 전국 평균(32.6세)보다 1세 더 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봉 담당관은 “산모 평균연령과 혼인 증가 등 인구와 관련한 긍정적인 시그널이 감지된다”며 “올해부터 본격화한 출산장려책이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면 합계출산율 반등이 기대된다”고 했다.


청년 살기 좋고 외국인 몰려드는 충북


인구 유입 시책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먼저 우수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충북창업펀드 1,000억 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역 주도형 청년일자리를 확대하고, 청년창업지원자금도 적극 지원키로 했다. 빈집과 폐교를 활용한 희망둥지 만들기 등 귀농·귀촌 유인책도 시도한다. 또한 은퇴자, 청년 등 도시 유휴 인력을 농촌 현장에 지원하는 ‘도시농부’ 사업도 대폭 확대한다.

충북도는 외국인과 재외동포들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 이민을 원하는 이들이 지방 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도는 6월 중 재외 동포인 고려인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고려인들을 대거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아가 올해 안에 정확한 외국인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맞춤형 외국인 인력 유치 전략과 정책 방향을 설정할 방침이다.

도는 인구의 날(7월 11일)을 전후해 ‘충북 인구 늘리기 범도민추진협의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인구 정책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과 동참을 끌기 위해 꾸리는 이 협의회에는 공공기관과 민간사회단체, 종교계, 학계, 기업 등 사회 전 구성원이 참가한다.

도는 인구위기 대응 전담팀(TF)을 통해 인구정책 추진 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토론회·포럼·간담회 등을 수시로 열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인구정책 연구센터를 설치해 정책적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출산 분위기 확산을 위해 청남대에서 임산부 태교 축제를 개최하는 안도 추진 중이다.

조덕진 충북도 기획관리실장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고 청년·여성의 수도권 유출로 지방소멸 위기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며 “인구 늘리기에 도정 역량을 총동원해 충북을 인구 정책을 선도하는 테스트베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