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부 2인자 "6월 정찰위성 발사" 발언은 기만 전술이었다

입력
2023.05.31 09:10
5월 마지막 날 새벽 기습 발사 
최대한 늦게 탐지되려는 의도 
발사 준비 과정도 끝까지 은밀 
"1일 날씨 나빠 앞당겼을 수도"

북한이 5월 마지막 날 새벽 기습적으로 우주발사체를 쏴 올렸다. 북한 군부 2인자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날 "오는 6월에 곧 발사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다르다. 우리 군 탐지망에 최대한 늦게 잡히기 위해 기만 전술을 쓴 것으로 보인다.

3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오전 6시 29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 북한이 주장해 온 '군사정찰위성 1호기'다. 북한은 지난 29일 일본에 "오는 31일 0시부터 내달 11일 0시 사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일본은 국제해사기구(IMO) 지역별 항행구역 조정국으로 위성발사 정보를 통보받아 이를 국제사회에 고지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리 부위원장은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자위력 강화' 입장문에서 '6월 발사' 입장을 밝혔다. 5월 31일은 선택지에서 제외된 듯했다. 이를 두고 31일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진행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20주년 기념 다국적 해양차단훈련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PSI 훈련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을 염두에 둔 훈련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IMO에는 "31일~11일 발사"…국제적 규칙 준수 부각

북한이 발사일을 두고 기만책을 쓴 건 '보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보통 다른 나라는 위성발사 때 구체적 시간을 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통보해 선박 등의 피해가 없도록 한다"면서 "북한처럼 발사 예정 기간을 11일이나 설정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IMO 통보를 통해 국제사회의 규칙을 따랐다는 점을 부각하면서도 발사할 수 있는 날짜 범위는 최대한 넓혀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렸다는 얘기다.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도 준비 작업을 마지막까지 은밀히 진행했다. 미국의소리(VOA)가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의 29일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동식 조립 건물과 발사대가 맞닿아 있었다. 이는 위성과 발사체를 조립한 뒤 발사대로 옮겨가는 과정이 정찰위성 등에 잡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애초 6월 1일 발사하려고 했으나 기상 여건 탓에 하루 앞당겼을 수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보통 예고기간 중 첫 이틀 정도를 발사일로 보고, 나머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예비일로 보면 된다"면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기만했다기보다는 1일 날씨가 좋지 않을 것으로 막판에 판단해 31일 발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서해 발사장에서 50㎞가량 떨어진 신의주는 6월 1일 구름이 잔뜩 끼고, 강수확률도 30%가량이다. 반면, 발사를 감행한 31일은 쾌청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날짜를 더 미룰 수 없었던 상황적 특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6월 2~4일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리는데 한미일 국방장관이 북한의 도발을 강력 규탄할 예정이어서 이에 선제적으로 맞대응했다는 해석이다.

유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