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말과 발표가 달랐다. 북한 군부 2인자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6월에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북한은 전날 국제해사기구(IMO)에 ‘31일 0시부터 내달 11일 0시 사이에 발사하겠다’고 통보했다.
하루 차이에 불과하지만 북한이 ‘5월 31일’을 콕 집어 포함시킨 것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31일에는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20주년을 기념하는 다국적 해양차단훈련이 예정돼 있다. 북한을 겨냥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차단 훈련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리 부위원장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도 PSI에 대한 반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미국은 5월 말부터 ‘대량살육무기전파방지’를 구실로 남조선은 물론 일본, 호주를 비롯한 추종세력들을 규합해 주권국가에 대한 해상차단봉쇄를 기정사실화한 전파안보발기(PSI) 훈련을 벌려놓으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리 부위원장이 언급한 ‘주권국가’는 북한으로, 한미일이 북한의 해상활동을 틀어막으며 주권을 제약한다는 불만이 담겼다.
PSI는 2002년 북한 화물선 서산호가 스커드미사일과 화학물질을 예멘에 밀수출하려다 스페인 해군에 나포된 것을 계기로 출범했다. 당시 예멘이 스페인에 관련 정보를 제공한 미국에 강력 항의하면 서산호는 해상을 무사통과했고 이에 이듬해 부시 행정부 주도로 WMD와 그 운반수단, 관련 물자의 불법 확산을 막기 위한 PSI가 출범해 현재 10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여러모로 북한이 PSI에 발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초 31일에는 한미일과 호주의 함정 7척, 항공기 6대를 투입해 WMD를 적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에 대한 정보를 전파한 뒤 승선과 검색 절차를 거쳐 의심 물질을 식별·제독·처리하는 방식의 훈련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기상악화로 인해 약식 훈련으로 실시할 것"이라며 규모를 줄였다.
훈련에 앞서 제주에서는 PSI 고위급 회의가 열렸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회의다. 윤석열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물자와 자금을 계속 조달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 우리의 협력은 더욱 굳건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PSI 참여국들은 이날 회의에서 20여 년간의 활동과 성과를 평가하고 “PSI 역량을 강화하고 신흥 기술과 새로운 확산 관행의 부상이 야기한 영향과 변화하는 안보환경 등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계획'을 마련하자”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