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공개된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 등 3급 이상 고위직 자녀 6건에 더해 4·5급 직원 5건이 의심 사례로 추가됐다. 헌법상 독립기관이 ‘복마전’이나 다름없는 ‘이익집단’으로 변질된 것인데 이는 국민을 배신한 행위인 만큼 검찰수사로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고위 간부들은 자녀 면접 사실을 동료에게 알렸고, ‘아빠 동료’들은 면접관으로 나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면접관의 심사표에 응시자가 직접 인적 사항을 적는 황당한 사례까지 보도됐다. 특혜를 입은 자녀들은 선관위에 들어간 지 불과 6개월, 1년 만에 승진했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관리하는 선관위에서 이런 파렴치한 일이 벌어졌다니 말문이 막힌다. “선거관리는 세계 최고”라며 선거 시스템 해외수출까지 하지 않았나. 사태의 심각성에도 침묵하던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어제서야 고개를 숙였다. 노 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강도 높은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관위 독립성 보장과는 별개로 이미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선관위 자체 조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을지는 의문이다. 한 치 의혹 없는 철저한 조사와 투명한 공개만이 이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모든 의혹은 수사를 의뢰해 엄정한 법의 처분도 받도록 해야 한다.
안 그래도 선관위는 2020년 총선 때 친여 편향 선거관리 비판이 제기됐고, 지난해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함’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내부 부패까지 겹친 선관위라면 내년 총선 과정과 결과에 공신력이 실릴지 장담하기 어렵다. 전수조사와는 별개로 외부감시와 견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거나 선관위원장을 상근직으로 바꾸는 등 제도적 보완장치가 시급히 논의돼야 한다. 선관위원장을 향한 비난도 크나 정치권이 사퇴를 압박하며 정쟁으로 끌고 가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이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 장악 의도로 의심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