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큰아들 쇼타로가 총리비서관에 임명된 지 8개월 만에 경질됐다. 지난해 말 총리 공관에서 친지와 사적인 송년 파티를 연 것이 폭로되면서다. 기시다 총리는 주의만 주고 넘어가려 했으나 따가운 여론에 입장을 바꿨다.
기시다 총리는 29일 쇼타로가 6월 1일 총리비서관을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임명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은 쇼타로가 지난해 말 친척들을 공관으로 불러 사적인 파티를 열었다고 지난주 보도했다. 참석자들이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에서 신임 각료들의 기념촬영을 흉내 내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했다. 한 참석자는 누운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쇼타로의 공사 혼동은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기시다 총리의 유럽 순방에 동행해 관용차를 타고 관광을 하고 기념품을 사러 다녔다가 비판을 샀다.
슈칸분슌 보도 직후 기시다 총리는 “엄중히 주의를 줬다”고 무마하려 했으나, 지난 주말 실시된 여론조사는 경고음이 들렸다. 니혼게이자이와 산케이신문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소폭 하락했다.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성공에 힘입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깨진 것이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선 쇼타로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76%에 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30일 “G7 정상회의의 지지율 부양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에서 커졌다”며 "정권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쇼타로 경질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뒤늦은 경질에 대한 여론 반응은 환영보다 냉소였다. 즉시 사임하지 않고 6월 1일부로 사임하는 것은 퇴직금이나 보너스를 받기 위함이 아니냐는 추측마저 제기됐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쇼타로) 본인이 퇴직금과 수당이 혹시 지급된다면 모두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해명해야 했다.
자민당에서도 “너무 늦었다”는 한탄이 나왔다. 가지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30일 “공직에 종사하는 사람과 주변에 있는 사람은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자신의 행동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