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가 31일 총파업을 선언하고 거리 투쟁에 나선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대기업 배만 불리는 '개악'이라고 비판하면서, 더 이상 노동자의 목소리를 묵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30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31일 오후 2시 전국 각지에서 총파업대회를 동시 개최한다. 서울은 경찰청 앞, 울산은 태화강역 앞, 경남은 창원 만남의 광장 앞 등 지역별로 거점을 설정하고 이곳에서 조합원들이 모여 집회를 열 계획이다. 주최 측은 수도권 지부 소속 조합원이 모이는 서울 대회의 경우 5,000명 규모로 집회 신고를 마쳤다. 이 집회가 끝나면 민주노총이 오후 4시부터 전국 각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총력투쟁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금속노조 총파업은 정부 규탄 성격이 짙다. 올해 초부터 회계장부 공개를 두고 본격화된 노정갈등은 근로시간 개편안을 필두로 한 노동개혁 추진, 건설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씨의 분신 사망 사건을 거치면서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정부가 지속적인 강경 대응에 나서자, 노조 역시 반발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노동자는 노예가 아니고, 노동조합은 적이 아니다. 모두가 인간답게 살자고 외치는 우리의 목소리를 정부는 불법이라고 한다"면서 "주 69시간제는 모든 국민을 과로사로 몰아넣고, 최저임금 인상을 막는 것은 빈곤 노예로 살라는 뜻이다. 재벌 대기업을 비롯한 자본에 모든 사회의 부를 가져다 바치는 정부의 노동개악을 금속노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경영계는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통상 노조의 합법적 쟁의권은 사업장 교섭과 노동위원회 쟁의조정 결렬 이후 주어지는데, 이번엔 이 같은 절차 없이 쟁의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파업은 노동개혁 저지, 민주노조 사수 등을 내세운 불법 정치파업"이라면서 "명분 없는 불법 파업을 철회하고 노동개혁에 동참하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 역시 이번 파업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주요 지방관서장이 참석한 '노동동향 점검회의'에서 "정당성 없는 파업에 대한 국민 우려에 귀를 기울이고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면서 "불법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산별노조 차원에서 정부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며,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업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산별노조 차원에서 총파업에 나서는 것"이라며 "쟁의권 유무를 두고 다투는 것은 향후 법정에서 따지면 될 일로, 총파업 자체를 불법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