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폐쇄된 국내 유일의 기숙형 학교폭력 피해자 전담기관 '해맑음센터' 측은 "(남아 있던) 피해 학생 7명 중 5명은 (정부 제안대로) 가해자와 부적응자들이 있는 곳(교화시설)으로 갔고, 나머지 2명은 도저히 가해자들이 있는 곳으로는 갈 수 없다고 해 원래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들이 있는 학교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해맑음센터를 운영 중인 사단법인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의 박상수 자문변호사는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일방적인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와 함께 섞여 있는 공간에서 있으라는 것 자체가 국가가 저지르는 폭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2013년 대전 유성구의 한 폐교에 문을 연 해맑음센터는 건물이 낡아 9개월 전 안전진단에서 D등급(미흡)이 나왔고, 최근 정밀 진단한 결과 최종적으로 E등급(즉각 사용금지)이 나와 '스승의 날'인 15일 교육부로부터 퇴거 명령을 받았다. 재학 중이던 7명의 학생은 19일 '눈물의 수료식'을 끝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박 변호사는 "교육부가 학교 부지와 시설, 그리고 연간 8억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해 협의회가 지난 10년간 센터를 운영했으며 그동안 500여 명의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이 학교를 거쳐갔다"고 평가하면서도 "피해자들의 전용 교육기관이 존재해야 된다라는 강한 문제의식을 교육부가 갖고 있진 않아, 위탁교육 형식으로 진행을 해왔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3년 센터 시작 후 피해자 지원 시설을 더 늘려달라고 계속해서 요구했더니, 가해자 교화시설인 위센터 여기 옆에다가 그냥 피해자 방을 하나 더 만들어주더라"며 "가해자나 부적응 학생들이 모여 있는 대안학교라든가 아니면 여가부에서 하는 디딤센터라든가 이런 데에다가 또 피해자를 섞어놓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놓고는 '피해자 시설이 충분해졌다'고 얘기하는데, 피해자는 피해자들끼리 모여 전용시설에서 교육받고 치유를 받아야 되는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번에 이 유일한 시설(해맑음센터)이 없어지게 되니까 거기로 가라 했다"고 못마땅해했다. 또 "저희 보고 거기로 가는 걸 학생들한테 안내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안내했더니 2명은 가정용 위센터, 3명은 대안학교로 갔고, 나머지 2명은 자기를 괴롭혔던 가해자들이 있는 원래 학교로 돌아갔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가해자들이 있는 곳으로 내몬 정부의 이번 폐쇄 조치는 '안전불감증이나 무관심이 더 더해진 것'이라고 박 변호사는 분석했다. 그는 "2013년 이 건물에 들어갈 때부터 '보가 상부 하부 2개가 있어야 되는데 옛날 건물이라 보가 하나밖에 없다'고 (교육부가) 처음부터 얘기를 했고, 벌써 몇 년 전부터 계속 교육부에 '대체부지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며 "더욱 기가 막힌 건 대체부지라면서 제시한 건물들이 전부 194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이었다"고 혀를 찼다.
박 변호사는 "교육부는 '학교폭력이라는 것이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또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얽히고설킨 복잡한) 것이니까 가해자와 피해자 섞여 있어도 상관없다'고 한다"며 "서로 치고받고 하다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섞이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드라마 '더글로리'에 나오는 문동은 학생처럼 정말 일방적인 피해자들이 최소한 0.1% 이상은 있으니까 전용시설을 반드시 보완하고, 확대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