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다시 뛸라... 돼지고기·설탕 등 수입 관세 낮춘다

입력
2023.05.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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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농축수산물... 원룟값 상승 차단
"업계 협력... 농어가 피해 최소화"

정부가 돼지고기와 설탕 등 요즘 수급 균형이 맞지 않거나 국제 가격이 오른 농축수산물의 수입 관세를 대폭 낮춘다. 기껏 내려 놓은 물가가 다시 뛰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려는 의도다.

정부는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돼지고기 등 7개 품목이 대상인 할당관세 규정 대통령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할당관세는 일정 기간 일정 물량의 수입 물품에 대해 관세율을 일시적으로 낮추거나 높이는 제도다. 관세 인하는 수입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이번 개정으로 0% 관세가 적용되는 7개 품목은 대중 먹거리인 돼지고기ㆍ고등어와 식재료인 설탕ㆍ원당, 소주의 주원료인 조주정, 가축용 배합사료에 활용되는 주정박ㆍ팜박 등이다. 기획재정부령인 시장접근물량규칙 개정을 통해 저세율 적용 수입물량이 늘어나는 생강까지 포함하면 8개 품목의 가격이 내려갈 전망이다. 기재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서민 먹거리 물가와 농가 사료비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품목별로 보면 우선 수입 돼지고기의 경우 내달부터 올해 말까지 최대 4만5,000톤에 0%의 할당관세가 적용된다. 정부는 최근 야외활동과 외식 증가로 늘어난 수요를 유럽산 수입단가 상승 등 탓에 줄어든 공급이 따라잡지 못해 이달 삼겹살 가격이 평년 대비 17% 비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량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한 고등어는 8월 말까지 1만 톤에 대해 기본세율 10% 대신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13.5%를 기록한 고등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올 들어 줄곧 두 자릿수를 훌쩍 넘고 있다.

현재 기본세율 30% 대신 5%의 할당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설탕은 관세율이 0%까지 추가 인하된다. 연말까지 10만5,000톤 대상이다. 같은 기간 원당(설탕 원료)에도 기본세율 3% 대신 0%의 세율을 모든 수입물량에 적용한다. 지금껏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호주ㆍ태국 등에서 관세 없이 주로 수입해 온 원당의 수입처가 FTA 체결국이 아니지만 하반기 작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브라질 등으로 다변화하기를 정부는 바라고 있다. 주요 생산국 인도ㆍ태국의 기후 악화 등에 따른 생산 감소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상승한 국제 설탕 가격은 이달 말 2011년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이 밖에 소주 원료로 사용되는 조주정은 현재 적용되고 있는 할당관세 0%를 연말까지 연장해 서민 생활물가 부담을 줄이고, 가축 사료로 쓰이는 주정박ㆍ팜박에 대해서도 관세를 면제해 축산 농가의 사료 원가 부담을 완화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작년 작황 부진 여파로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생강은 낮은 세율(377.3% 대신 20%)이 적용되는 시장접근물량을 1,500톤 늘리는 식으로 가격 안정을 유도한다.

정부의 이번 관세 인하는 지난달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등하지 않게 관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이 초래할 연쇄 물가 상승 압력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5일 CJ제일제당ㆍ삼양사ㆍ대한제당 등과 협력 강화를 명분으로 간담회를 열어 설탕 소비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한 것은 이런 시도가 가공식품 업계 벽에 막혀 좌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다만 이번 수입 물가 안정 조치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양돈 농가, 고등어 조업 어가, 생강 농가 등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고려해 수입 물량을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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