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내며 앉던 인기 자리인데"…'비상출입문 앞자리' 고민 빠진 항공업계

입력
2023.05.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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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화 폐지, 전면 공석 유지 등 소비자 요구에
항공업계, 연휴에도 "소비자 불안 줄이기" 고심


아시아나항공 국내선 항공기에서 벌어진 비상 출입문 강제 개방 사고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아시아나와 에어서울 등이 문제가 된 좌석에 승객을 앉게 하지 않겠다는 조치를 내놓았다. 심지어 이번 일을 통해 비상 출입문 앞자리 유료화 정책도 다시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항공사들은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면서도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26일 아시아나항공 기내에서 승객 이모(33)씨가 착륙 직전 비상구 출입구를 열고 벽면에 매달린 사건 이후 모방 범행 방지책 만들기에 바빴다. 자칫하면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거라는 우려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종료로 살아난 여행 수요에 찬물을 끼얹을 거란 우려에서다.



아시아나 이어 에어서울도 '문제 좌석' 판매 중단


일단 아시아나항공과, 사고 기종인 A321-200 항공기를 보유한 자회사 에어서울은 사고가 일어난 위치의 좌석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해당 자리는 174석으로 운용되는 A321-200(11대)의 26A, 195석으로 운용되는 A321-200(3대)의 31A 좌석이다. 사고 항공기에서 문을 연 승객은 195석 항공기의 31A 좌석에 앉았다. 같은 기종을 비즈니스석 없이 195석과 220석으로 운용하는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도 이날부터 195석 기체에서의 22A, 220석 기체의 27A 자리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사건으로 비상 출입문이 착륙 전 열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기종을 보유하지 않은 다른 항공사들을 향해서도 대책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높아진다. 당장 여행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는 ①국제선에 적용되는 비상구 좌석 유료화(LCC에서는 국내선도 적용)를 전면 재검토하거나 ②아예 비상구 좌석을 비워둬야 한다는 목소리는 물론 ③기종에 관계없이 모든 비상구열에 승무원을 배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비상구 좌석 전부 비우면 사고 시 더 큰 위험이 될 수도"



소비자 사이에 걱정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유사기종인 A321-네오(neo)를 보유한 대한항공은 항공기 구조가 아예 달라 좌석 판매 중단을 우선순위에 두지는 않지만 고객들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CC인 진에어와 에어프레미아 등도 판매 정책 변경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항공사들은 비상 출입문 앞자리 운영 정책을 뿌리째 흔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장 사고 이전까지 비상 출입문은 ①앞좌석이 없어 다리를 쭉 뻗을 수 있고 ②공항 도착 후 상대적으로 빨리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승객들 사이에서 선호 좌석으로 여겨져 왔다. 승객들이 국제선 기준 단거리 3만 원, 장거리 15만 원 정도의 웃돈까지 내가며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긴급탈출 상황에서 승무원들과 승객 탈출을 도울 의무가 있어 이 자리를 아예 비워 둘 경우 사고 때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고 예방의 근본 대책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