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것을 되찾을 때가 왔다.”
우크라이나군의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27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서 이렇게 선언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대반격’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단 한 차례의 대규모 공격이 아니라, 곳곳에서 여러 작전의 일부로 이미 조용히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봄철 대반격’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 지도부 사이에서도 말이 엇갈린다. 잘루즈니 총사령관뿐 아니라 올렉시 다닐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26일 영국 BBC방송에서 대반격은 “내일, 모레 또는 일주일 후에 시작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조만간 벌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25일 미하일로 포돌리아크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대반격은) 특정 일시에 빨간 리본을 자르고 시작되는 이벤트가 아니다”라고 정반대의 발언을 내놨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군 기지나 보급품 파괴 등 여러 곳에서 수행되는 다양한 작전도 대반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맞지 않는 입’은 일종의 교란 작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가 관련 군사 계획을 러시아에 알리지 않은 채 긴장감을 높이려 의도적으로 모호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반격을 선언할 경우 성공하지 못하면 그만큼 역풍도 크다. 미국 CNN방송은 “우크라이나가 반격과 그 시작을 둘러싼 혼돈을 작전의 일환으로 계획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서는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이미 조용히 전개되고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장비를 최전선으로 옮기고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로를 막는 등 진격의 준비를 마친 데다 러시아 본토와 점령지를 향한 공격이 빈번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땅이 진창이 되면서 병력과 전차 이동이 어려웠던 우크라이나의 ‘라스푸티차(진흙의 계절·우크라이나어로는 베즈도리자)’가 끝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과 설비 등 11곳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구체적인 위치를 밝히지 않았으나, 러시아 서부 프스코프주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송유관 건물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보고가 있었다. 러시아는 또 우크라이나 점령지인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상공에서 12대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다고도 발표했다.
예고된 대반격에 대비하는 러시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우크라이나 군 정보부는 26일 러시아가 ‘몇 시간 안에’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비상사태를 일으킬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해 3월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결국 자포리자에서 관련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핵 위협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건 사실이다. 동맹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개국과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에 대한 전술핵 이동 배치 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러시아가 이달 들어 27일까지 10차례 이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습한 것이 반격 작전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이 일으킨 전쟁과 거리를 둔 채 여전히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공개적으로 전쟁에 대해 언급하거나 러시아의 패배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그의 전략은 “시간은 러시아의 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를 중심으로 17%에 달하는 지역을 통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