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용 경제안보협의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출범 1년 만에 14개 참여국 간 첫 합의를 끌어냈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공급망 분야 합의다.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IPEF 전체 협상 타결에 한발 다가섰다.
한국과 미국 등 IPEF 참여 14개 국가는 27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IPEF 장관회의 후 발표한 공동 보도성명에서 공급망 협정 타결을 선언했다. 참여국들은 공급망 위기 발생 때 참여국 정부로 구성된 ‘공급망 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공조, 대체 공급처 파악, 대체 운송 경로 개발 등의 협력 방안을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조치는 자제하고, 투자 확대나 공동 연구개발(R&D) 등으로 공급선 다변화를 꾀하기로 했다. 이행 상황 점검을 위한 ‘공급망 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14개 국가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미 상무부는 보도자료에서 “IPEF 공급망 부문 협상 완료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뒷받침하는 주요 성과이자 미국 및 참여국가 소비자, 노동자, 기업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IPEF는 지난해 5월 바이든 행정부 주도로 공식 출범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견제 차원이었다. 미국과 한국에다 일본, 호주, 인도, 뉴질랜드, 피지, 베트남,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공급망 △무역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4대 기둥을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해왔고, 이번에 첫 합의에 이른 것이다. 나머지 3개 분야 협상 중 무역 분야 합의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급망 합의가 직접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이번 합의에서 중국이 반발할 만한 요소는 없고, 특정국 배제를 목적으로 한 것도 없다”며 “중국은 우리의 중요 교역 파트너이자 투자 협력 파트너로, 긴밀한 관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사는 물론 경제안보 분야에서 미국 주도 중국 포위망 구축은 차근차근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미국 주도로 중국을 겨냥한 ‘경제안보 공동성명’이 발표된 게 대표적이다. 성명에는 ‘경제적 강압’ 대응 기구 창설이나 공급망 강화 기조 등이 담겼던 만큼 이 같은 성명 기조를 중심으로 미중 간 경제안보 분야 대립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IPEF에는 중국 앞마당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 회원국 중 7개 국가가 참여 중이라 중국의 IPEF 경계 수준은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