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자진사퇴로 공석이 된 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29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본격화한다. 아직까지 공식 출마 선언이 나오지 않는 등 흥행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다. 영남 출신 의원들이 하마평에 오르지만 지역 안배 차원에서 비토 기류가 있는 데다, '지도부 입성이 곧 공천권 보장'이라는 인식이 깨지면서 이전보다 정치적 실리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차기 총선에서 중도층 확장을 위해 충청권에서 결원을 채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후보등록 전날인 28일 기준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도전장을 낸 후보는 없다. 국민의힘은 오는 30일까지 등록을 받은 뒤, 후보자가 없으면 기한을 연장해 추가 등록을 받을 방침이다.
총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최고위원 보궐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후보자가 나서지 않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그간 당 지도부 입성이 차기 총선 공천권 보장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태 전 최고위원의 자진사퇴 이후 당 안팎에서 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 박성중(서울 서초을), 김석기(경북 경주), 김정재(경북 포항), 송언석(경북 김천),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됐으나 당사자들은 정작 출마 여부를 확답하지 않고 있다.
후보자 기근 현상은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당락을 갈랐던 지난 3·8 전당대회 학습효과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심의 낙점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행보를 보이다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마평에 오른 의원들 일부는 현재 지도부의 교통정리를 내심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 보선은 당원들이 투표하는 전당대화와 달리 시·도당위원장 등 전국위원들만 투표에 참여하는 간접선거여서 사실상 당 지도부 의중이 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가 크지 않다는 점도 최고위원 보선 열기가 식은 이유로 꼽힌다. 한 여권 관계자는 "그간 당 지도부가 되면 차기 총선에서 공천이 보장된다는 게 공식처럼 통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지도부 입성보다 지역구에서 바닥을 다지는 게 내년 선거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후보 간 경쟁보다 지역 안배론이 커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들어 ‘충청권 안배론’이 확산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충청권이 스윙보터 역할을 해온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외연 확장 차원의 주장이다. 현재 당 지도부가 영남·강원 일색인 탓이다.
이에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장동혁(충남 보령·서천) 의원이 최고위원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호남은 조수진 최고위원이 이미 지도부에 있고, 수도권은 지역 대표성을 가진 확실한 인물을 꼽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특정 지역이 아니더라도 국민 통합 측면에서 중론이 모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