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공예품 제작일을 하는 30대 A씨. 28일 황금연휴임에도 출근한 그는 점심 메뉴를 고민하며 배달 응용소프트웨어(앱)를 들락거렸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그는 '챗GPT 앱'을 켰다. 인공지능(AI)이 추천하는 메뉴를 고르기로 한 것.
그가 던진 첫 번째 질문은 '점심 메뉴 추천해줘'였다. 자장면이나 짬뽕, 피자 같은 대답을 예상했지만 뜻밖의 상황을 마주했다. 챗GPT가 '선호하는 종류를 말해주면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다양하게 추천해줄 수 있다'며 더 깊이 있는 대화를 요구했다. '포항 오천읍 한식을 추천해달라'고 다시 요구하자 챗GPT는 돌솥밥과 칼국수, 한식 파는 곳을 각각 소개해줬다.
전 세계를 생성형AI 열풍으로 몰아넣은 챗GPT 스마트폰 앱이 26일 한국에 상륙했다. 오픈AI 홈페이지에 가면 애플 앱스토어로 연결되는 링크도 만들어졌다. 이 앱의 가장 큰 특징은 '음성인식' 기능이다. 인터넷 웹사이트에선 이용자가 글자를 입력해야만 대화가 가능했다.
A씨도 음성인식 기능을 썼다. 챗GPT 앱을 켜면 메시지를 입력하는 칸에 주파수 모양 버튼이 있는데 이걸 누르고 말하면 음성이 글자로 바뀐다. A씨는 "기대보다 말을 잘 알아듣는다"며 "점심메뉴로 세 개를 추천해줬는데 이유까지 꽤 자세하게 말해줘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챗GPT앱은 이 밖에도 '좋은 뮤지컬 작품 추천해줘', '등산하기 좋은 산 알려줘' 등 일상 대화를 무리 없이 알아들었다.
애플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앱스토어 생산성(Productivity) 분류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가 찾고 있다. 전 세계에서 10억 명 이용자를 보유한 틱톡(TikTok)보다 높은 순위다. 챗GPT 앱은 한국과 미국 프랑스 독일 12개 국가에서 우선 시작됐고, 현재는 30개국까지 확대됐다. 오픈AI는 서비스 국가를 45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01억 달러(약 13조4,100억 원) 규모였던 세계 생성형 AI 시장은 2030년 1,093억 달러(약 145조1,504억 원)까지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은 오픈AI가 선택한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한국은 카카오, 네이버 같은 토종 플랫폼이 글로벌 플랫폼을 밀어낸 몇 안 되는 시장이다. 정보기술(IT)업계는 챗GPT가 토종 서비스와 비교해 우리말 기능이나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주요 플랫폼 기업은 물론 통신사까지 뛰어들어 생성형AI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오픈AI 입장에서 한국 시장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경쟁자들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도 작용했다. 구글의 AI챗봇 '바드(Bard)'는 40개 언어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우리말을 영어에 이은 두 번째 서비스 언어로 내놓았다.
챗GPT가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이 앱은 아이폰 등 애플 제품에서만 쓸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움직이는 안드로이드용 앱은 출시 전이다.
실제 소비자들이 구글스토어에서 챗GPT앱으로 착각해 유사앱을 깔고 결제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 소비자는 "답변 수준이 너무 낮아 다시 보니 챗GPT와 비슷한 이름의 다른 앱이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소비자는 "앱을 설치하고 결제 문자까지 날아와 수십 달러를 냈는데 관계 없는 서비스였다"며 황당해했다. 현재 챗GPT앱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