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무단 합사된 한국인 이름을 빼 달라는 유족들의 요구를 또다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쿄고등재판소(고등법원)는 26일 한국인 군인· 군속(군무원) 합사자 유족 27명이 2013년 10월 제기한 야스쿠니신사 합사 철회 소송을 기각했다. 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합사 행위, 정보 제공 행위에 의해 법적 보호 대상이 되는 원고들의 권리와 이익이 침해당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들은 종교상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지만,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원심 판단이 옳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쿄지방재판소는 2019년 5월 1심에서도 유족들의 요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야스쿠니신사 합사로 고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 "합사 사실이 공표되지 않기 때문에 (합사 사실이) 불특정 다수에 알려질 가능성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가 판결 취지를 읽는 데 걸린 시간은 45초에 불과했다. 일본에 강제동원된 가족을 잃고 야스쿠니에 합사까지 된 유족들은 반발했다. 오구치 아키히코 유족 측 변호사는 "재판부가 불성실한 판결을 했다"며 "한국 사람들의 고통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야스쿠니신사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을 포함해 246만6,000명이 합사돼 있다. 실제로 위패와 유골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합사자 명부만 있다. 일제의 군인이나 군속으로 징용됐다가 목숨을 잃은 조선인 2만1,181명도 합사돼 있다.